[한자 이야기]<475>一爭兩醜, 一讓兩有

  • 입력 2008년 8월 1일 03시 07분


爭(쟁)은 競爭(경쟁)이나 鬪爭(투쟁)처럼 다투다 또는 싸우다의 뜻이다. 가운데의 세로획에 손을 뜻하는 조(조)와 又(우)를 더했다. 물건 하나를 손 둘이 다투는 것을 나타낸 會意字(회의자)이다. 百家爭鳴(백가쟁명)은 여러 사람이 다투어 소리내다, 즉 여러 의견으로 논쟁을 벌이다의 뜻이다. 兩(량)은 두 개의 솥을 나란히 놓은 모습으로, 짝을 이룬 두 개를 가리킨다.

醜(추)는 용모가 흉하다는 뜻이다. 더럽거나 지저분하거나 사악함, 또는 그런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킨다. 귀신의 모습이 흉하다고 여겨 鬼(귀)에서 뜻을 취하고 술을 뜻하는 酉(유)에서 음을 취한 形聲字(형성자)이다. 酉(유)는 또 술을 마신 후의 찡그림으로 그 의미에도 관여한다.

한자는 형성자가 절대 다수이다. 그런데 많은 형성자에서 표음부분이 완전한 표준이 되지 못한 데다, 많은 변화를 겪은 터라 더욱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형성자라도 표음부분으로 독음을 정확히 알기는 매우 어렵다. 형성자의 표의부분도 대단히 간략하고 모호하다. 형성자는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성격 모두를 지녔지만 어느 쪽도 불완전한 셈이다.

讓(양)은 謙讓(겸양)처럼 사양하다 또는 겸손하다의 뜻, 讓步(양보)처럼 물러나다의 뜻, 讓渡(양도)처럼 넘겨주다의 뜻이 있다. 본래는 형성자로 꾸짖다의 뜻이다. 여기서의 有(유)는 친하게 지내다의 뜻으로 友(우)와 통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다툼도 있고 양보도 있다. 그 중에서 양보는 분명 여유와 우위를 입증한다. 하지만 못된 대상 앞에선 오히려 굴욕이 되고 비리나 억지의 조장도 된다. 양보도 신중해야 하는 세상이다. 明(명) 呂得勝(여득승)과 呂坤(여곤) 부자의 ‘小兒語(소아어)’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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