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저런 동작이?”…막오른 ‘꿈의 발레’

  • 입력 2008년 8월 1일 10시 11분


8월 3일 발레 ‘돈키호테’ 무대에 서는 ABT 발레리노 데이비드 홀버그 씨(오른쪽)와 ABT에서 6년간 활동했던 발레리나 강예나 씨가 만났다. 두 사람은 이번 내한 공연에 대해 “ABT만이 뿜어낼 수 있는 생기가 가득한 ‘돈키호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3일 발레 ‘돈키호테’ 무대에 서는 ABT 발레리노 데이비드 홀버그 씨(오른쪽)와 ABT에서 6년간 활동했던 발레리나 강예나 씨가 만났다. 두 사람은 이번 내한 공연에 대해 “ABT만이 뿜어낼 수 있는 생기가 가득한 ‘돈키호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서 기품 있는 자태를 드러내는 데이비드 홀버그.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기품 있는 자태를 드러내는 데이비드 홀버그.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본보 창간 88주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내한 공연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프닝 갈라(특별공연)의 ‘에튜드’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막이 올랐다. 8월 1∼3일에는 ABT 대표 레퍼토리인 발레 ‘돈키호테’가 공연된다. 02-399-1114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기자

“돈키호테는 초보자가 봐도 쉽고 유쾌”

홀버그·강예나, 발레 ‘돈키호테 ’를 말하다

“항상 기품 있는 왕자였는데! (당신이) 이발사 바실리오 역을 맡는다니 정말 기대되네요.”(강예나 씨)

“그래서 도전 정신이 솟구쳤어요. ‘다른’ 바실리오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데이비드 홀버그 씨)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31일∼8월 3일 열리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내한공연 중 발레 ‘돈키호테’의 주인공 바실리오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데이비드 홀버그(26) 씨와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 무용수 강예나(33) 씨가 29일 만났다.

강 씨는 1998년 한국인 최초로 ABT에 입단해 6년간 활동한 뒤 UBC로 옮겼다. 그는 2000년 ABT주니어컴퍼니에 입단한 홀버그 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나눠왔다.

▽강예나=홀버그 씨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줄 알았어요. 2001년 공연이 끝난 뒤 나한테 물어본 게 기억나요. 휴가 때 발레 스타들은 뭘 하냐고. 어린 왕자님이 자신이 스타가 될 때를 미리 그려보고 있었던 거죠.

▽홀버그=처음에는 ‘돈키호테’의 바실리오 역을 맡았을 때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에요. ‘백조의 호수’ ‘지젤’의 귀족 청년 역을 주로 했으니까(그는 180cm가 넘는 키에 금발과 푸른 눈을 가졌다). 명랑한 스페인 이발사 바실리오와 어울리겠느냐는 우려도 나왔어요. 그렇지만 그건 ‘나만의 바실리오’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어깨에 힘을 빼고 즐기자, 난 철없는 금발 소년이다, 이렇게 다짐하면서 무대에 섰죠. 결과적으로 평이 좋았어요.

▽강=ABT의 발레 ‘돈키호테’에서 ‘플라워 걸’로 무대에 올랐던 게 생각나요. ‘돈키호테’는 발레 초보자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유쾌하죠. 또 인간의 몸으로 그만 한 기교를 보일 수 있나 싶을 만큼 난도가 높아 박수가 절로 나오는 작품이지요.

▽홀버그=1막과 3막이 특히 눈길을 뗄 수 없게 하죠. 남녀 주인공 바실리오와 키트리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사랑 얘기를 다룬 발레들과 달리 가볍고 빠르게 전개되니까요. 주역무용수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해서 힘이 많이 들지만, 그래서 도전적이에요. 더욱이 ABT의 ‘돈키호테’는 다른 발레단보다 발랄하고 생기 있다는 평을 들어요.

▽강=ABT에서 활동하던 때가 생각나요. 비디오에서만 보던 스타들과 살을 맞대고 연습할 때의 그 황홀함, 예술적 ‘사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죠. 발레를 한다는 게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홀버그=그때의 예나 씨를 기억해요. 부상 뒤 재활 치료할 때 발레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예나 씨의 모습에 감동받았어요(강 씨는 ABT 입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을 다쳐 9개월간 목발을 짚어야 했다). 다시 보니 그때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지금 ABT엔 한국인 무용수로 서희 안은영 씨가 있는데 모두 예나 씨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갖췄을 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의 춤에 몸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요.

▽강=홀버그 씨는 다리 선이 워낙 아름답고 몸의 균형이 뛰어난, 그야말로 ‘왕자’예요! 분명히 평범치 않은 바실리오를 보여줄 거예요.

▽홀버그=발레 ‘돈키호테’는 결국 남녀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인데…. 발레의 사랑은 늘 지고지순하지요. 내가 언제나 발레의 주인공들과 똑같은 심정으로 사랑을 대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아직까지는.

▽강=발레의 이야기는 대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고, 비극이라도 일편단심 한 사람만 사랑하는 걸로 마무리되지만 현실은 어떨지…. 사랑의 영원함에 대해 요즘 생각을 많이 해요. 물론 나 역시 진정한 사랑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요.

헤어질 무렵 홀버그 씨는 강 씨에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예나 씨를 감싼 모든 것이 춤에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언제나 마음을 열어 달라”고 말했다.

강 씨도 홀버그 씨에게 “재능이 많은 무용수일수록 싫증을 느끼기 쉬운데 나이 들어서도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춤을 출 수 있도록 늘 초심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ABT 내한공연은 본보 창간 88주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30주년 작품이다. 오프닝 갈라(특별공연)는 31일 오후 8시(2만∼15만 원), ‘돈키호테’는 8월 1일 오후 8시, 2일 오후 3시 8시, 3일 오후 4시(4만∼20만 원)에 공연된다. 02-399-1114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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