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자전거가 인간을 자유케 하리라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자전거의 역사/프란체스코 바로니 지음·문희경 옮김/304쪽·8만 원·예담

인류는 언제부터 자전거를 탔을까.

기원전 2300년 중국에서 자전거의 기원을 찾는 견해가 있다. 바퀴 두 개가 달린, 대나무로 만든 탈것이 당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기원전 4000년경 그려진 이집트 룩소르 사원의 벽화에도 바퀴 두 개를 연결하는 봉 위에 사람이 앉은 모습이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에 실린 탈것의 설계도는 지금의 자전거와 비슷한 모양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최초로 고안한 사람은 다 빈치”라고 주장하는 이도 많지만 설계도의 진위가 아직 논란거리다.

저자는 1790년 프랑스의 귀족 콩트 메데 드 시브락이 발명한 ‘슈발 드 보아(목마)’를 최초의 자전거로 꼽았다. ‘셀레리페르(빨리 달리는 기계)’로도 불린 이 자전거는 하나의 지지축에 두 개의 나무바퀴를 고정시킨 구조. 회전을 할 수 없었고, 발로 땅을 밀어 앞으로 나가야 했기에 실생활에서 타기에는 불편했다.

이보다 25년이 지난 뒤 핸들이 장착된 자전거가 독일에서 발명됐고, 1860년대 초에는 앞바퀴 회전축에 달린 페달로 바퀴를 돌리는 자전거가 프랑스에서 선을 보였다.

저자는 ‘귀족들의 오락거리였고, 처음 나왔을 때는 경망스러운 물건으로 인식됐던’ 자전거의 역사를 샅샅이 살폈다.

이 책은 사진집이라고 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 1000여 장에 이르는 사진과 삽화 위주이기 때문이다. 사진과 삽화는 시대별 자전거의 변천사는 물론 자전거의 발달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를 담고 있다. 도로경기, 산악경기 등 자전거경기의 생생한 사진도 볼거리.

물론 사진만 있는 건 아니다. 사진에 걸맞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1870년대 만들어진 ‘하이 휠’ 자전거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자전거가 행인을 치는 삽화가 곁들여져 있다. ‘하이 휠’ 자전거는 앞바퀴가 뒷바퀴보다 훨씬 커서 속도는 빨라진 반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게 어려웠다.

자전거경기는 1869년 5월 31일 프랑스 파리 생클로 공원에서 최초로 열렸다. 이어 유럽 곳곳에서 자전거경기가 잇달아 열리면서 자전거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했다. 1903년에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자전거대회로 인정받는 ‘투르 드 프랑스’ 경기가 시작됐다.

자전거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쟁으로 5년가량 중단됐던 자전거대회가 1946년 재개되자 유럽인들은 전후 복구에 바쁜 와중에도 자전거경기에 열광했다. “당시 자전거대회의 목표 중 하나는 증오와 복수심으로 분열된 유럽 대륙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었다”는 게 저자의 해석.

이탈리아의 ‘지로 디탈리아’, 호주의 ‘투어 다운 언더’, 미국의 ‘캘리포니아 투어’, 스페인의 ‘벨타 아 에스파냐’, 말레이시아의 ‘투르 드 랑카위’…. 프랑스의 ‘투르 드 프랑스’ 말고도 수많은 자전거대회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전거 마니아라면 이 책을 보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울 듯싶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앤티크 자전거, 도로형 산악형 등 현대 자전거, 기하학적 모양의 미래형 자전거 등이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전거를 ‘자유’와 ‘승리’에 연결시켰다.

“아이에게 자전거는 생애 처음 누리는 자유다. 아이는 자전거를 통해 세상을 탐험하고, 안전과 균형의 원리를 배우며, 난생처음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뒤에서 잡아 주던 사람이 손을 놓는 순간에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짜릿한 승리를 만끽하는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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