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까, 아니면 빵 먹을까
“불이야 !” 소리 지를까 말까
‘할까 말까’가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언제나 ‘밥을 먹을까 말까’ ‘세수를 할까 말까’ ‘이걸 입을까 저걸 입을까’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고민하느라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 ‘할까 말까’. 이번에는 마을에 불이 나 초목과 집들이 활활 타는 것을 보게 됐으면서도 망설인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불이야 소리를 지를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 마을은 잿더미가 돼 버렸다.
결정을 빨리 내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 아이는 숲 속 마을 사람들의 비난에 직면한다. “마을에 도움이 안 되는 아이야! 더 내버려두면 안 되겠어!” 사실 마을 사람들이 손가락 질 하지 않더라도 마을이 홀랑 타도록 그냥 둔 것이 미안하고 속상했다. 문제가 심각하단 걸 깨달은 할까 말까는 옆 마을의 똑부리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은 더욱 복잡한 선택의 가능성들로 할까 말까를 괴롭힌다.
강을 건널 때 흔들 다리로 가야 할까, 나룻배를 타야 할까. 마을에 난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채소 가게 앞을 지나서 빵집을 거쳐 가는 길, 우물을 돌아 공장을 지나가는 길, 우물도 돌고 빵집도 지나가는 길…. 똑부리 할아버지 집 앞에 있는 네 개의 돌판은 어떻게 밟을까? 한 칸, 한 칸, 한 칸, 한 칸으로 지나갈까 아니면 한 칸, 한 칸, 두 칸으로 갈까 아니면 두 칸, 두 칸으로 갈까….
갖은 선택의 난관을 뚫고 어렵사리 똑부리 할아버지 현관에 도착한 할까 말까.
“할아버지, 빨리 결정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할아버지는 그에게 동전 하나, 다섯 장의 카드, 주사위를 주면서 경우의 수가 생길 때 알맞은 물건을 사용하라고 일러준다. 앞뒤 양면이 있는 동전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를 때, 다섯 개의 카드는 다섯 가지 경우 중 하나를 고를 때, 여섯 면이 있는 주사위는 여섯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를 때 말이다.
하지만 여섯 가지가 넘는 경우 중에 하나를 고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할까 말까는 자신의 마음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삶의 법칙까지 함께 배운다. 삶이야말로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니,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확률이 따라올 수 없는 곳이니까 말이다.
경우의 수 앞에서 늘 망설이는 할까 말까란 아이를 통해 수학의 확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야기 속에 숨은 수학적 사고가 엿보이고, 수학 속에 숨은 즐거움이 엿보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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