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77>渴不飮盜泉水, 熱不息惡木陰

  • 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8분


渴(갈)은 목이 마르다의 뜻으로 飢渴(기갈)은 배고픔과 목마름이다. 본뜻은 물이 마르다로 渴水期(갈수기)는 물이 마르는 때를 가리킨다. 간절하다는 뜻도 있으니 渴望(갈망)이나 渴求(갈구)처럼 쓰인다. 飮(음)은 마시다의 뜻이다.

盜(도)는 훔치다 또는 도둑의 뜻이다. 남의 그릇을 보고 침을 흘리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 변모했다. 泉(천)은 땅속에서 솟아나는 물 즉 샘이다. 지하수 또는 黃泉(황천)처럼 저승을 뜻하기도 한다. 물이 벼랑의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모습을 나타낸 象形字(상형자)이다.

熱(열)은 뜨겁다 또는 열이나 더위의 뜻이다. 화(화)는 火(화)가 받침으로 쓰일 때의 자형이다. ‘熱河日記(열하일기)’로 유명한 熱河(열하)는 중국 하북성에 있는 과거 황제의 여름 별장 주변을 흐르는 강으로 별장 안의 온천이 합류되어 그렇게 불렀다.

息(식)은 코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인 自(자)와 心(심)이 합해진 회의자이다. 가슴에서 코를 통해 이루어지는 호흡, 즉 숨을 쉬다가 본뜻이다. 瞬息間(순식간)은 눈 한번 깜짝하고 숨 한번 쉬는 짧은 시간이다. 멈추다 또는 休息(휴식)하다의 뜻도 있으니, 自强不息(자강불식)은 쉬지 않고 자신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消息(소식)의 뜻, 利息(이식)처럼 이자의 뜻, 子息(자식)의 뜻도 있다. 惡木(악목)은 나쁜 나무이다. 陰(음)은 그늘이다.

갈증이 나도 도둑의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 더워도 바르지 못한 나무 그늘에선 쉬지 않는다. 곤경에 처해도 조금이라도 떳떳하지 못한 것은 모두 떨쳐버린다. 그렇다면 설마 불의에 의한 이권을 누리고 부정한 권력의 그늘에 안주하려 하겠는가. 그 각오가 단단하며 또 마땅하다. 晉(진) 陸機(육기)의 ‘猛虎行(맹호행)’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