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륜 드러나면 포기
주인공 섭외 마치면 제작 70% 끝난 셈
서울대를 중퇴한 밤무대 가수(‘현자가 간다’), 아버지와 함께 트럭을 몰고 행상을 다니는 딸(‘부녀유친’), 갓 출산했지만 말기 유방암과 싸우는 아내를 돌보는 남편(‘내 생애 봄날’) 등…. 이 사연들은 어디서 구할까. 필부필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KBS2 ‘다큐 미니시리즈-인간극장’(월∼금 오후 8시 20분)을 보면 이런 궁금증이 든다.
제작진도 소재를 찾기 위해 주변인들의 제보나 해당 인물의 자천, 신문 모니터링, 주제를 정한 뒤 주인공을 찾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때로 우연히 사연을 얻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방영된 ‘아빠와 흑진주’ 편. 흑인 혼혈인 사례를 다루기 위해 이들의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목사를 수소문했다. 목사는 마침 흑인 혼혈인의 상가에 있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엄마를 여읜 혼혈인 삼남매와 아버지를 다룬 ‘아빠와 흑진주’ 편은 이렇게 방송이 됐다.
제작진이 선호하는 인물은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공개리에 이타적인 삶을 산다는 인물은 오히려 꺼리는 편이다. 이런 이들은 프로그램의 취지와 상관없이 시청자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미래의 삶을 예측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여느 사람들처럼 어려움을 딛고 힘겹지만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이들을 더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서민들만 나온다는 원칙도 없다.
“인간극장은 서민극장이 아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도 나오고 성공한 사람도, 똑똑한 사람도 나와야 한다. 식탁에서 밥 먹는 장면만 나와도 시청률이 오르는 연예인들도 섭외하고 싶다.”(김용두 책임PD)
당사자의 허락을 받는 과정도 어렵긴 마찬가지. 일상을 노출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찍을 수 없다. 제작진은 먼저 인간적 교분을 나눈 뒤 출연을 설득하기도 한다. 가끔씩 연락해 안부를 묻고, 아이와 같이 놀아주고, 집안의 경조사를 챙기기도 한다. 방송 후 파장 등을 털어놓는 것은 기본. 김 책임PD는 “주인공을 찾고 섭외까지 성공하면 제작 과정의 70%가 끝난 것”이라고 말한다. 어렵게 발굴해 촬영을 시작한 소재를 중간에 접은 적도 많다. 채무나 불륜 등 사전 취재 때 발견하지 못했던 주인공의 문제가 나중에 드러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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