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한글 천주교 교리서 등 다산 정약용(1762∼1836) 일가의 유물이 4일 공개됐다.
전남 강진군은 이날 군청 소회의실에서 조선 후기 서학사상을 도입한 정약전, 약종, 약용 삼형제 등 다산가(茶山家)의 천주교 관련 유물과 간찰(簡札), 상소문 등 41점을 공개했다.
유물 가운데 다산의 형인 정약종이 지은 ‘주교요지(主敎要旨)’는 조선시대 한글로 지은 최초의 천주교 교리서로 사료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총 3권 150쪽 분량의 이 책은 1887년 활자로 찍어낸 활판본으로, 당시 부주교 격인 ‘감목’ 백요한(세례명)이 감수했다고 쓰여 있다. 이에 앞서 정약종이 쓴 ‘주교요지’는 1864년 목판본으로 간행됐다는 기록이 있으나 원본(필사본)과 목판본은 전하지 않고 있다.
유물을 살펴본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의 이동국(45) 큐레이터는 “주교요지는 부녀자나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쉽게 쓰인 게 특징”이라며 “서양 인쇄기술이 처음 도입됐을 때 양식을 보여 주는 활판본으로 인쇄사적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19세기 성서를 한글로 번역한 필사본인 ‘성오상 방지거 잔꽃송이’ ‘성경직해(聖經直解)’ ‘신명초행(神命初行)’ ‘성경광익(聖經廣益)’ 등도 함께 공개됐다. 다산의 형제들이 번역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 책들은 19세기 한글 서체(궁체)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강진군은 청자문화제 개막일인 9일부터 강진군 다산기념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다산가와 천주교’를 통해 이들 유물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