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요구르트, 치즈, 포도주, 낫토의 공통점은 뭘까?
답은 모두 발효음식이라는 것.
된장 청국장 가자미식해 등 전통 발효 식품을 재미있게 다뤄 호평을 받은 그림책 ‘썩었다고? 아냐아냐!’에 이어 출간된 이 책은 이번에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세계의 발효식품 다섯 가지를 소개했다.
발효 과정의 ‘숨은 일꾼’인 미생물들을 1인칭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에(빵, 포도주), 락토바실루스(요구르트), 테르모필루스(치즈), 바실루스 서브틸리스(낫토) 등 마치 공룡 이름 같은 미생물들이 각 식품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락토바실루스는 원래 양 몸속에서 살아. 유목민들이 우리가 살던 양을 죽여서 가죽자루로 만들었지. 양은 죽었지만 우리는 가족자루 속에 살아있었어. 그런데 사람들이 자루 속에 양젖을 담았어. 우리는 양젖 속에 있는 유당을 마구 먹어 치웠지. 그리고 유당을 소화시켜 유산을 가득가득 내놓았어. 양젖의 단백질은 유산 때문에 분해돼 양젖이 몽글몽글 뭉치고 걸쭉해졌어. 맛도 시큼하게 변하고. 발효가 된 거지.”
“우리 바실루스 서브틸리스는 낫토균이라고도 불려. 우리가 없었다면 낫토라는 음식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야. 우리는 사람들의 장을 튼튼하게 해 주고 면역력도 높여준단다. 그릇에 담긴 낫토를 젓가락으로 자꾸 휘저어 봐. 끈적이는 진이 하얗게 나오지? 끈적임이 많을수록 발효가 잘된 거야. 첫 맛은 싱거울 수 있어. 그럴 때는 간장과 겨자를 조금 섞어 먹으면 맛이 좋아질 거야. 고추장에 비벼먹어도, 김이나 김치를 얹어 먹어도 색다른 맛이 나지….”
“치즈 표면에 반드르르하게 반짝이는 거 있지? 그 윤기는 치즈가 발효되면서 겉으로 살짝 배어나온 기름기야. 사람들이 그 윤기에 ‘치즈의 눈물’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주었어. 눈물을 적당히 흘릴 줄 아는 치즈는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단다. 우리 테르모필루스는 반짝이는 눈물을 위해 며칠 동안 밤낮으로 일을 했단다….”
음식의 발효 과정을 읽다 보면 입안에 침이 절로 고이기도 한다. 발효음식을 하나씩 설명하는 사이사이에 ‘한 발짝 더’라는 코너를 만들어 비슷한 세계 음식도 간단히 알려준다.
인도의 난, 독일의 슈톨렌, 이탈리아의 그리시니등 각종 빵부터 터키의 아이란, 이집트의 라반 자바디와 같은 요구르트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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