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현대 미술까지 한국 미술의 흐름을 짚어낸 책이다.
저자는 한국 미술사 연구자인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과 그의 대학(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제자이자 본보에서 오랫동안 문화재 기사를 담당한 이광표 기자. 스승과 제자가 고미술과 문화재에 대해 나눈 대담을 정리했다.
이 책은 우리 미술이 창작과 감상의 대상이나 사료적 가치를 지녔다는 점 외에도 과학문화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신비한 종소리를 만들어 낸 성덕대왕신종의 주조 기술,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탄생시킨 흙, 유약, 불의 조화는 당대 과학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책은 통상 ‘한국미’로 이야기되는 비애의 미, 애상의 미는 한국 미술의 특징이 아니며 근대기 외세에 의해 폄훼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 위원장은 고구려 고분벽화, 백제 금동대향로, 신라 금관에 무슨 슬픔이 배어 있느냐고 묻고 한국미의 핵심은 자연주의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서양 자연주의와 달리 인공적인 것을 최소화해 자연과 부응하는 게 한국미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미를 추상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구체적 작품을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를 통해 곡선과 비례의 미를, 청동기시대의 거울 다뉴세문경을 통해 고차원적 기하학과 추상미를 관찰해 낸다.
고구려 미술을 역동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무사(武士)의 미로, 백제 미술을 동세(動勢)가 있지만 부드럽고 여유로운 도사(道士)의 미로, 신라의 미술을 서방적 요소를 많이 받아들였으면서도 사변적 경향이 드러나는 철인(哲人)적 미로 해석한다.
일본 미술을 통해 오늘날 우리 미술의 현실도 짚어본다. 역사적으로 한국이 일본 미술에 영향을 미쳤다는 우월의식에서 벗어나, 일본의 현대 미술이 세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깨닫고 우리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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