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벽에 걸린 마른 나뭇가지들이 화선지에 써 내려간 초서처럼 신비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그 옆에 한자를 새겨 넣은 거대한 얼굴 조각이 시선을 압도하고, 퍼즐 맞추기처럼 관람객들이 한자 오브제를 골라 문장을 완성하는 작품도 있다.
중국 베이징 환톄 예술지구에 자리한 쿠 아트센터(회장 구천서)에서 주최하는 제1회 한자비엔날레(사진)의 풍경이다. 베이징 올림픽과 맞물려 9월 6일까지 펼쳐질 이 행사는 중국의 판싱레이와 미국의 코언 제프 베이자가 기획했다.
전시는 한자와 현대미술의 만남이란 주제 아래 한국의 이두식 이한수 김시하 씨를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 독일 칠레 등지의 작가 50여 명이 회화, 설치, 영상, 입체,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2일 개막식에 참여한 화가 이두식 씨는 “아시아에 다양한 비엔날레가 있지만 동북아 문화권의 큰 축인 한자를 다룬다는 점에서 독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쿠 아트센터가 단지 안에 새로 건립한 쿠 아트 레지던스 건물의 완공을 기념해 기존 전시장과 더불어 레지던스 광장 및 스튜디오에서도 펼쳐졌다.
베이징=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