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거짓말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 입력 2008년 8월 13일 11시 53분


보수 논객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MBC 엄기영 사장의 ‘PD수첩-광우병 오역’ 사과와 관련해 “거짓말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면 사기 살인 강도질도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고 비난했다.

엄기영 사장이 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면서도 “PD수첩의 문제 제기는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조 전 대표는 13일 ‘조갑제닷컴(www.chogabje.com)’에 올린 글에서 “엄 사장의 말은 ‘살인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구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강도질 한 데 대하여 사과드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부의 재분배에 기여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고 말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조 전 대표는 “조직의 장은 변명할 수 없다. 오직 책임을 질 뿐”이라며“일찍 물러났어야 할 엄기영 사장은 버스 떠난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데스크 기능을 강화하고 법률 전문가의 사전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원론적 대책을 내 놓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MBC가 PD 수첩과 뉴스데스크, 그리고 라디오 프로를 통해 석 달간 저지른 광우병 관련 선동, 과장, 편파 방송은 세계 언론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며 “행패의 규모에 비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는 물렁하기 짝이 없었다. PD 수첩 프로에만 국한되었고, 제재의 수위도 낮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솜방망이 제재에 대해서도 MBC PD들과 노조가 반발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해체 수준의 개혁, 방송사업 재허가 불허, 또는 방송허가 취소 단계까지 가는 응징이 이뤄져야 정신을 차리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국법질서에 칼질을 하고도 장한 일을 한 것처럼 뻔뻔하게 국민을 대했던 MBC에서 파면되거나 사표를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응징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엄기영 사장의 사과 수용 방침에 대하여 PD와 기자까지 반발하고 파업하면, 국민들은 목숨을 걸고 MBC를 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며 “MBC가 침묵하는 날이 나라가 정상화되는 날이라는 인식을 가진 이들이 너무나 많다. MBC의 사과는 응징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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