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84>澤雉十步一啄, 百步一飮, 不蘄畜乎樊中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4분


澤(택)은 光澤(광택)처럼 윤기의 뜻, 沼澤(소택)처럼 늪지나 못의 뜻, 恩澤(은택)처럼 혜택의 뜻이 있다.

雉(치)는 꿩이다. 雄稚(웅치)는 수꿩 장끼, 雌雉(자치)는 암꿩 까투리이다. 雉(치)는 새를 뜻하는 추(추)가 의미요소인데, 독음도 같고 모양도 비슷한 稚(치)는 벼를 뜻하는 禾(화)가 의미요소이다. 稚(치)는 만생종 벼로, 어린 곡식 또는 幼稚(유치)처럼 어리다의 뜻으로 확대됐다.

步(보)는 두 발을 중첩시켜 걷는 것을 나타냈다. 두 발을 차례로 내딛는 걸음 또는 걷다의 뜻이다. 한 발만 내딛는 半步(반보)는 규(규)이다. 啄(탁)은 부리로 먹이를 쪼다의 뜻이다. 옥을 쪼아 다듬다의 뜻인 琢(탁)과 구성방식이 같다.

(근,기)(기)는 풀의 일종이며, 祈(기)와 뜻이 통하여 바라다 또는 빌다의 뜻이 있다.

畜(축)은 끌리는 소가 코로 숨을 내뿜는 것을 나타낸 것이 변모했다. 사람에게 길러지고 길들여진 家畜(가축) 또는 기르다의 뜻이다. 쌓다의 뜻도 있는데, 그때는 蓄積(축적)이나 貯蓄(저축)처럼 蓄(축)을 주로 쓴다.

乎(호)는 於(어)처럼 장소를 표시하며 ‘∼에서’에 해당한다. 樊(번)은 울타리 또는 새장이다.

힘을 들여서 겨우 한 입 한 모금 먹고 마실지라도 자유를 잃을 수는 없다. 莊子(장자)는 모든 인위적인 것을 부정하며 자연의 일부분이 돼 개인의 완전한 자유를 좇았다. 그런 그에게 관직은 썩은 쥐와도 같을 뿐이었다.

유가는 인류 공영의 이상 속에서 현실에 집착한다. 그러면서도 또 장자를 적잖이 연모한다.

인간세계에 살면서 인위적인 것을 떠날 수는 없다. 그래도 좀 벗어나보면 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莊子(장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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