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닥나무에서 종이가 만들어지기까지

  • 입력 2008년 8월 14일 06시 45분


“한지(韓紙)는 정성이고 노력입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니 힘도 나고요.”

경북 안동시 풍산읍 ㈜안동한지 공장. 하회마을 입구에 있는 이곳이 하회마을에 맞먹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지공장에 들러 제조 체험을 한 뒤 하회마을을 둘러보기도 하고, 하회마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많다.

7월 한 달 동안 2만9000여 명이 이곳에서 한지 만들기를 체험했다.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골고루 찾는다.

외국인도 1500명가량 방문했다. 연간 평균 관광객은 40만 명 정도.

직원이 30명인 안동한지 공장에 이 같은 체험 관광객이 찾는 것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한지 공장은 강원 원주와 전북 전주 등 서너 곳만 남아 있다. 이 중에서 안동한지 공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

공장을 세운 아버지를 이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병섭(42) 부사장은 13일 “한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손으로 하기 때문에 경제적 타산은 떨어지지만 대신 ‘정성’이라는 가치는 무척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의 아버지 이영걸(68) 대표는 충북 제천에서 한지 제조업을 하다가 1988년 고향인 안동으로 돌아와 이곳에 공장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한지 체험을 하려는 사람들 덕분에 공장에 활기가 생겨 흐뭇하다”고 좋아했다.

한지 체험 프로그램은 아들인 이 부사장이 2000년부터 시작했다. 그는 “한지를 만드는 과정에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데 비해 사회적 인식이 너무 낮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 무렵 중국산과 베트남산 종이가 밀려와 큰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관광객은 1000∼3000원이면 닥나무에서 종이를 만드는 기본적인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안동한지는 재료인 닥나무의 경우 경북 예천과 문경, 봉화 등지에서 재배한 것을 사용한다. 한지는 닥나무를 물과 함께 가마솥에 푹 삶은 뒤 껍질을 솜뭉치처럼 만드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닥나무는 이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때 ‘딱’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루에 가로 90cm, 세로 60cm가량 크기의 한지 3000여 장을 만들어낸다.

체험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닥나무로 한지를 만든 뒤 이를 이용해 한지 공예 등을 직접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동시도 한지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음 달에 안동한지 전시체험장을 새롭게 단장하는 한편 공장 주변을 아예 전통한지 테마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