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43년 테마파크 ‘티볼리’ 세계 첫선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팝콘 터지는 소리, 달콤한 솜사탕 냄새가 경쾌한 왈츠와 뒤엉킨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 주위로 까르르 아이들 웃음소리가 퍼져가고, 순식간에 피었다 지는 불꽃이 화려한 퍼레이드 행렬을 덮는다. 엇비슷하게 이어지는 일상을 잊게 만드는 ‘꿈의 나라’.

놀이공원, 테마파크는 축제가 잦고 공원이 많은 유럽에서 태동했다. 1133년 영국에서 열린 ‘바르톨로뮤 페어’를 시초로 삼는다. 옷감 및 축산물 전시였는데 오락실, 식당이 세워졌고 곡예 등 익살스러운 쇼가 함께 펼쳐져 많은 관중을 끌었다.

산업혁명 초기에 놀이공원은 동네 유원지 수준을 넘어서는 성장을 이뤘다. 이때 교외에 자리를 잡으면서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 탈출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17, 18세기에 걸쳐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등에 전원의 여유로움과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 속속 마련됐다.

1843년 8월 15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티볼리 가든스’가 개장했다. 이날 3615명이 새로운 도시형 공원을 찾았다.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로 꼽히는 티볼리는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고색창연한 자태를 자랑한다. 옛 정취를 맛볼 수 있도록 이곳에서는 네온 불빛,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피한다.

외교관의 아들로,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보고 온 게오르그 카르스텐센은 국왕 크리스티안 8세에게 “시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해주면 정치는 잊을 것”이라면서 놀이공원 건립을 건의했다. 당시 덴마크는 주변 국가들과 분쟁이 잇따라 불안한 상황이었다.

왕가의 정원을 개조해 공원을 만들고 운영 주체를 시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 형태로 했다. 입장료는 공원을 환경친화적으로 조성하는 일에 사용했다. 동화작가 한스 안데르센은 자주 티볼리를 찾아 새로운 동화를 구상했다. 공원 내 중국식 건물과 정원은 고대 중국 황실을 배경으로 한 안데르센의 작품 ‘나이팅게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티볼리는 초창기부터 이국적인 분위기의 건물, 야외 연주용 음악당, 극장, 식당과 카페, 꽃밭, 기계식 놀이기구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췄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색색 빛깔 전등이 불을 밝혔다.

티볼리는 전통과 처음의 매력을 내다버리지 않으면서도 늘 진화해왔다. 1914년에 만들어진 ‘마운틴 롤러코스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제 롤러코스터다. 카르스텐센은 “티볼리에는 결코 끝이란 없다”는 선언을 남기기도 했다. 월트 디즈니는 1950, 60년대에 몇 차례나 이곳을 방문해 디즈니랜드 설립을 위한 영감을 얻어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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