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보다 선수’…日의 올림픽 중계

  • 입력 2008년 8월 18일 07시 47분


“22위에서 2위로 등극한 체조 선수 우치무라 코헤이는 일본의 자랑입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열기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각 방송사는 앞 다투어 자국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했고, 메달은 딴 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다.

그런데 일본 TV의 올림픽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도중 한국과 조금 다른 점을 발견했다. 과거에 비해 쏠림 현상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우리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금메달을 딴 경기나 선수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런데 일본은 금, 은, 동 등 메달 색에 관계없이 선전을 한 있는 자국의 모든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금메달보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경기를 집중적으로 재방송하며 금메달을 놓친 이유를 분석하고, 다음 올림픽에 보강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짚으며 미래를 기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은메달을 딴 남자 체조 선수 우치무라 코헤이의 경기 중계는 이러한 일본 TV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였다.

사실 우치무라 코헤이는 경기 초반, 안마 종목에서 실수를 범해 22위로 밀려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우치무라 코헤이는 한 종목마다 신중을 기하며 경기에 임했고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일본은 같은 날 중국 베이징 국가 아쿠아틱센터에서 평형 200m로 올림픽을 2연패한 수영선수 기타지마 고스케의 방송과 비슷한 횟수로 우치무라 코헤이의 경기 장면과 인터뷰를 내보냈다.

금메달뿐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도 세계 2위, 3위다. 비록 메달을 따지 않더라도 모두 나라를 대표해 대회에 나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요즘 우리 방송에서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 원칙을 일본 TV에서 발견한 것이 씁쓸한 것은 왜 일까.

일본=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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