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 끝나자마자 냉탕에 ‘첨벙’
차도에서 골목 안으로 200m 들어간 조용한 동네. 초등학생에게 학용품과 과제물거리를 파는 작은 가게 맞은편, 한눈에도 낡아 보이는 목욕탕이 있다. 주민 몇몇이 목욕탕 앞에서 웅성댄다.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W 목욕탕 여탕, 100m² 남짓한 공간에서 KBS2 토크쇼 ‘해피투게더’(목요일 오후 11시 5분) 촬영이 한창이다. ‘도전 암기송’ 코너가 진행 중인 사우나실 밖 욕탕에는 목욕하는 사람들 대신 카메라와 조명장비가 늘어서 있다. 탈의실에는 녹화·오디오 장비 등을 설치해 아예 TV 부조정실을 하나 차렸다. 스태프 20여 명 중 5명은 반바지 반소매의 찜질복을 입었다.
“테이프 갈고 계속하겠습니다.”
사우나 안에서 나온 카메라 감독의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6∼7m² 정도 되는 좁은 사우나 안에 출연자인 최진영, 유혜정, 손호영, 황보, 윤형빈과 MC인 유재석, 박미선, 박명수, 신봉선에다 6mm 카메라 2대와 ENG 카메라 1대를 든 촬영감독 3명까지 모두 12명이 들어가 있다. 머리를 안으로 조금 들이밀자 섭씨 60도에 육박하는 사우나의 열기가 훅 끼친다.
냉탕에는 물이 가득하다. 격하게 몸을 움직이며 1, 2시간 동안 사우나 안에서 촬영해야 하는 출연진을 위한 배려다. 신봉선이 사우나 탈출에 성공하자마자 냉탕에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먼저 탈출한 황보는 과일빙수를 먹느라 바쁘고, 손호영은 냉탕에 머리를 담그더니 주스를 한 컵 들이켠다.
“손호영 한번 가라.”
김광수 PD의 지령이 떨어지자 사우나 안에서 암기송에 도전 중이던 박미선에게 손호영이 탄력 있는 상체를 살짝 드러낸다. 보자마자 자지러지며 탈출에 실패한 박미선에게 이번에는 박명수가 상체를 드러낸다. 박미선이 또 웃음을 참지 못한다.
“왜 숟가락으로 가슴을 가리고 벗어!” “그럼 애들도 보는 프로그램인데 안 가려!”
박명수의 호통개그가 터진다. 웃음과 웃음 사이의 간격이 짧은 것도 ‘해피투게더’의 강점. 황보는 찬스에서 ‘박명수를 웃겨라’에 걸렸다. 즉석에서 분장을 하고 찜질복 허리를 질끈 감아올리지만 박명수의 표정은 굳어 있다. 결국 대머리 가발을 뒤집어쓴 두 번째 시도에서야 ‘픽’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사우나에서 노래만 부른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어!”
한껏 망가진 황보가 투덜댄다. 촬영장은 사뭇 신나는 분위기다.
김 PD는 “스튜디오는 포장된 느낌이 있는데 이곳은 진짜 목욕탕이라 사실감이 있다”며 “이런 편안한 느낌 때문에 출연자들이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녹화한 내용은 21일 방영될 예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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