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가수는
노래로 자신을 알려야죠”
가수 경력 10년, 올해로 스물아홉 살 김범수.
‘하루’ ‘약속’ ‘보고 싶다’ 등 히트곡은 익숙하지만 얼굴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데뷔 시절의 ‘얼굴 없는 가수’라는 수식어가 아직도 통한다.
“한마디로 투명가수예요.(웃음) 식당 가서 제 노래가 나왔는데 옆에 앉은 사람들이 ‘쟤 생김새는 별로라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해요. 지하철에서는 옆에 앉은 어떤 아저씨가 제 노래를 듣고 감상에 젖는 걸 봤어요. 처음엔 많이 아쉬웠는데 팬들의 반응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으니 특권 아닌가요.”
최근 군 복무를 마친 그는 6집으로 가요계에 복귀했다. 발라드인 타이틀곡 ‘슬픔활용법’ 비롯해 윤하와 원더걸스의 유빈이 피처링으로 가세한 노래 등 14곡이 수록됐다. 예전보다 앨범에 손때를 묻히고 싶어 작곡과 작사에도 일부 참여했다. 그러나 ‘싱어송 라이터’가 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군에서 많이 고민했는데 방향을 잡았어요. 시대를 노래하는 당대의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1999년 가수 박선주의 소개로 데뷔한 그의 보컬은 이승철도 칭찬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데뷔 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 없는 소심한 대학생이었다. 지금도 그는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평가에 대해 “과대평가”라고 말한다.
“한 평론가가 제 목소리에 세월의 이끼가 덜 꼈대요. 표현은 정직한데 슬픔과 기쁨의 감정은 제가 봐도 쥐어짜는 것 같아요. 하긴 군대 가서 술을 처음 마셔봤어요. 생전 술자리에도 안 갔는데….”
2003년 히트한 ‘보고 싶다’는 “일상이 형(윤일상)에게 욕먹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부른 곡”이라고 한다. “머릿속으로 보고 싶은 사람을 총동원해서 슬프게 부르긴 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곡이죠. 다시 부른다면 완전히 다른 노래가 될 거 같아요.”
이제 그는 ‘노래 잘하는 가수’ ‘얼굴 없는 가수’라는 규정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말은 어폐가 있어요. 가수는 당연히 노래를 잘 불러야죠. 원래 가수는 얼굴이 아닌 노래로 알려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