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까지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일대에서 열리는 제5회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수준 높은 여름 음악축제를 즐기기 위해 굳이 해외로 떠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천년고찰이 숨어 있는 깊은 산 속까지 찾아오는 세계적인 연주자들 때문이다. 올해에는 미국의 신동 작곡가 제이 그린버그(16)를 비롯해 첼리스트 왕젠과 엔델리온 콰르텟, 세종솔로이스츠 등이 참여했다.
○ 美 신동 작곡가 그린버그 등 세계적 연주자 몰려
올여름 마지막 연휴가 시작된 15일. 영동고속도로는 하루 종일 꼼짝도 안했다.
이날 오후 7시 반 용평리조트 눈마을 홀에서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에는 “점심, 저녁도 굶은 채 10시간 걸려 왔다”는 열혈관객이 많았다.
그린버그는 자신의 신작 ‘네 가지 풍경’이 연주된 후 천진한 표정으로 무대 인사를 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 축제는 휴가지에서 열리는 만큼 평소 딱딱한 음악회장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중견 연극배우 남명렬과 탤런트 윤여정이 특별출연해 음악에 맞춰 연기와 편지낭송을 했고 영화와 오페라를 접목하는 등 다양한 실험도 이어졌다.
음악제 추진위원장을 맡은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학장은 9일 ‘린다에게’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옆에 앉아 악보를 넘겨주는 이른바 ‘넘순이’(페이지 터너·Page turner)로 깜짝 등장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 오스트리아 등 9개국 음악도 160명도 참가
이 음악제는 미국 콜로라도 주 로키산맥 중턱에서 열리는 아스펜 음악제를 벤치마킹한 것. 해발 4200m가 넘는 산비탈에 자리 잡은 아스펜은 음악축제와 교육을 접목시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음악제에도 김남윤(한국예술종합학교), 알도 파리소(예일대 음대), 이고리 오짐(모차르테움 음악원), 강효(줄리아드음악원)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로부터 배우기 위해 미국,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스페인 등 9개국 160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5년간 이곳을 찾은 에밀리 앤 젠드론(세종솔로이스츠 단원)과 폴 황은 최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연주 오디션에 합격해 파리 무대에 데뷔하는 등 음악제 출신 스타 연주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교수는 “그동안 국내 학생들이 해외 음악제를 찾아가 배웠지만 이제 해외 유명한 실내악단과 연주자,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게 돼 감회가 깊다”며 “현악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세계를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키워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2만∼4만 원. 02-794-1571
대관령=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