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10년 옐로 캡 택시조합 출범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서양 택시 역사의 첫 장에는 17세기 초 전세마차가 적혀 있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 운행을 시작한 이 마차는 꾀죄죄한 좌석, 난폭한 마부, 바가지요금으로 비난받기 일쑤였다.

요금을 둘러싼 분쟁은 어느 때나 비슷했던 모양이다. 로마시대에는 일정 거리에 다다르면 조약돌을 던지거나 눈금이 새겨진 초를 사용해 운행시간을 가늠했고, 중국 진나라 시절엔 이(里)마다 마차에서 징이나 북을 쳤다고 한다.

미국 택시회사 ‘옐로 캡’은 거리측정기를 장착한 택시를 운행해 승객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옐로 캡의 모체인 ‘월든 W 쇼 동업조합’이 설립된 날이 1910년 8월 25일이다. 전직 기자이자 자동차 판매원인 존 허츠와 사업가 월든 쇼가 손을 잡았다.

이 동업조합에서 출발한 ‘원조’ 옐로 캡 회사는 1915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이미 운행을 시작한 택시회사들이 있었다. 허츠는 택시사업의 성공비결은 눈에 잘 띄는 데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먼 거리에서도 또렷하게 식별할 수 있는 색상이 무엇인지 시카고대에 연구를 의뢰한 뒤 노란색을 채택했다.

훗날 렌터카 사업으로 명성을 떨친 허츠는 택시 서비스의 경영혁신으로도 유명하다. 몇 년간 택시를 운행해 본 결과, 기존 승용차로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다. 그는 택시용 차량인 ‘모델 J’를 직접 디자인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노란색과 택시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미 전역에 옐로 캡이 성행했다.

‘미국 택시의 왕’ 허츠의 옐로 캡은 유니폼 착용, 요금 인하, 노사협력, 정비 전담팀을 비롯해 자동 윈도브러시와 극초단파 라디오, 승객용 안전띠를 처음 도입했다.

지난해 겨울 뉴욕에서는 옐로 캡의 디자인을 두고 뉴요커들이 논쟁을 벌였다. 뉴욕시 도시디자인위원회가 택시 지붕 캡에 새긴 ‘TAXI’라는 글자를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로고로 대체하고 차량에 꽃무늬를 가득 그려 넣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뉴욕 시민들은 “옐로 캡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뉴욕 시민들이 사랑하는 옐로 캡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색깔을 지닌 택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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