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교차별 공직자 징계”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56분


“종교편향 방지하겠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부 청사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 문제와 관련해 불교계에 사과하고 있다. 유 장관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종교 편향 행위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종교편향 방지하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부 청사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 문제와 관련해 불교계에 사과하고 있다. 유 장관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종교 편향 행위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불교계“정부대책 대단히 미흡”

■ 오늘 범불교도대회 개최

봉행위 “경찰청장 유감 표명 등 미봉책 일관”

靑-여권선 ‘불심 달래기’ 불교계 잇단 접촉

불교계가 2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이하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정부가 26일 종교 편향과 관련된 대책을 발표했으나 불교계가 “미흡하다”며 반발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을 통해 “최근 종교 편향 시비로 불교계에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공직자의 종교 편향 방지를 위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공무원 징계령에 차별금지조항 및 위반 시 징계조항 신설과 종교편향 방지를 위한 입법 추진 △어청수 경찰청장의 불교계 방문과 유감 표명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에 대한 불교계 입장을 고려한 조치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유 장관은 불교계가 요구해 온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공직자들은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종교 문제와 관련해 국민 화합을 해치는 언동과 업무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했다”는 발표로 대신했다.

이에 대해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와 문화부에서 발표한 내용들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대통령이 진정으로 공직자 종교 편향 사례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봉행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7일 범불교도대회에 이어 추석 뒤 영남권을 시작으로 지역별 대회를 개최하겠다”며 “정부가 2000만 불자와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경우 앞으로 이 대회에 참석을 희망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대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불교계의 강력한 반발에는 현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불교계의 불만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친기독교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 국토해양부의 대중교통이용 서비스 ‘알고가’ 시스템에서 사찰이 빠지고, 경찰복음화금식대성회 포스터에 어 청장의 사진이 게재되는 일 등이 벌어지면서 고조되기 시작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방문해 종교 편향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으나 일주일 뒤 총무원장이 탄 차량을 경찰이 과잉 검문한 사건이 범불교계 차원의 불만을 초래하는 계기가 됐다. 봉행위는 27일 범불교도대회에 20여만 명의 불자가 참가하며 오후 4시에는 시청에서 조계사까지 가두행진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와 여권은 범불교도대회가 정부의 종교 편향 논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불심(佛心)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윤구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 주호영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불교계와 가까운 여권 인사들은 26일 오후 일부 스님과 잇달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만찬에서 특정 종교 소속의 어린이 합창단이 출연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 논란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자 “특정 종교와는 무관하다”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불교계가 ‘정권 차원’의 조치를 바라고 있는 만큼 범불교도대회 이후에도 한동안 종교 편향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불교계가 서로 시간을 갖고 대처할 사안”이라며 “이 대통령이 불교계 인사를 직접 접촉하거나 사과할 일은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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