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맛깔스런 대사…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꽃 파는 아가씨 일라이자가 언젠가 다가올 사랑을 기대하면서 노래하는 장면. 사진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꽃 파는 아가씨 일라이자가 언젠가 다가올 사랑을 기대하면서 노래하는 장면. 사진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화려한 의상-맛깔스런 대사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은 ‘덤’

우아하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입을 열었는데 “누가 모자를 뽀리깠어요(훔쳤어요)”란 말이 나온다면 ‘확 깨는’ 느낌일 거다. 말투는 교양을 나타내는 법이다. ‘마이 페어 레이디’에도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는 1956년 초연 뒤 5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스테디셀러가 됐다.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 교수가 꽃 파는 아가씨 일라이자를 훈련시켜서 사교계의 공주로 만든다는 줄거리로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

9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마이 페어 레이디’는 라이선스 뮤지컬로 원작 못지않은 작품성과 음악, 화려한 세트와 의상을 선보인다.

관건은 이 작품의 묘미인 영어의 언어유희를 어떻게 우리말로 살려내느냐 하는 것. 일라이자가 시장에서 꽃을 팔다가 히긴스 교수를 만나는 초반부는 “그랬어여∼”식의 어미가 아니라면 평이하게 들리는 대화였다. 그러나 중반부 경마장 장면에서 멋진 드레스를 입은 일라이자가 “쌔가 빠져요(힘이 들어요)” “아작을 냈어요(완전히 부수다)”라고 잇달아 말할 땐, 폭소가 터지면서 ‘가만히 좀 있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대사 처리가 맛깔스럽다.

‘스페인 평원에 비가 내려요(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라는 대사는 히긴스 교수가 일라이자의 발음 연습을 위해 고안한 문장. 우리말로는 ‘간장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 같은 식이다. 이 뮤지컬을 통해 널리 알려진 문장이고 유럽 각국에서는 번역으로도 그 맛이 전달됐지만 아쉽게도 우리말로는 재미를 살리지 못한 직역으로 옮겼다. 이 문장을 매개로 이어지는 대화가 많아서 바꾸기에 무리가 있던 탓이다. 일라이자가 ‘cup of tea’ 발음을 훈련하는 장면, ‘How kind of you to let me come’이라는 문장을 리듬감 있게 발음하는 장면 등은 억지로 우리말로 옮기지 않고 영어 문장을 그대로 썼는데 어색하지 않다.

세계적인 뮤지컬답게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유명한 ‘Wouldn’t it be lovely(그럼 참 멋지겠지)’가 울려 퍼질 때 반갑고, 일라이자의 아버지 두리틀이 친구들과 함께 ‘With a little bit of luck(운이 조금만 따르면)’을 부를 때는 덩달아 후렴구를 따라 부를 만큼 흥겹다.

화∼금요일 8시, 토 일요일 오후 3시·오후 7시. 2만∼12만 원. 02-501-7888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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