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주제로 한 3편 공연
현대무용은 어려운 춤? 이 편견을 김희진(42) 씨가 확실하게 부숴 줄 참이다.
해외 무대에서 10년 넘게 활약해온 김 씨가 일시 귀국해 ‘김희진의 댄스 콘서트’ 공연을 연다. 그는 현대무용의 거장 장 클로드 갈로타가 예술감독을 맡은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안무센터에서 활동하면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자신의 무용단 ‘몸’을 창단해 안무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번 고국 무대가 “쉽고 편안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3개의 작품 내용이 모두 관객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다.
“신작 ‘루나-그녀를 위한 시간’은 여사원이 퇴근하려다 말고 텅 빈 사무실에서 스트레스를 풀고자 춤추는 얘기입니다. 많은 관객이 겪었던 경험이겠지요.”
‘마지막 탱고’는 남녀 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싸움을 재미있게 표현했고, ‘로항의 집’은 아무도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중년 사내의 이야기다.
“현대무용은 관념과 철학을 몸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은 만큼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무용은 결국 ‘사람’을 표현하는 겁니다. 이번 공연에선 누구나 겪는 일상을 통해 현대무용이 어렵지 않은 예술이란 걸 보여주고 싶어요.”
작품 사이사이에 뮤지컬 배우 이석준 씨가 나와 무용에 대해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김희진 씨에게 물어보는 코너가 곁들여진다.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는 무용수의 속내를 캐어볼 수 있는 기회다. 설문조사로 모은 질문 몇 가지를 물었다.
―무용수들은 하루 종일 요구르트랑 오이만 먹나요.
“그렇게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하므로 내내 그럴 순 없습니다. 먹성 좋은 무용수도 아주 많습니다.”
―아기를 낳아도 계속 무용할 수 있나요?’
“여느 직장여성과 같이 육아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복귀할 경우 체력이 좋아서 그런지 다른 여성들보다 회복에 필요한 기간이 짧은 것 같습니다. 제 친구는 아기 낳고 한 달 뒤부터 연습실에 와서 몸을 풀더라고요.”
김 씨에게 ‘춤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져봤다.
“나!” 춤과 자신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답이었다.
9월 5일(오후 8시)과 6일(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아트홀. 1만5000∼3만 원. 02-6900-3906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