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새책]스탈린만이 볼 수 있었던 히틀러의 최후

  • 입력 2008년 8월 29일 17시 40분


◇ 히틀러 북/헨릭 에벨레 마티아스 울 편저·윤종상 옮김/476쪽·24000원·루비박스

스탈린만 볼 수 있었던 히틀러에 관한 비밀문서가 책으로 나왔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히틀러의 자살’을 믿지 못했던 소련의 스탈린은 내정인민위원회(NKVD, KGB의 전신) 요원들을 시켜 히틀러의 최후의 순간을 재구성하는 보고서를 만들게 했다. 요원들은 4년 여간 입수할 수 있는 모든 문서를 발굴했으며, 수용소를 뒤져 히틀러의 측근으로 총통의 호위사령부에 배속돼 개인 업무를 관장하던 하인츠 링게와 오토 귄셰 두 사람을 찾아 심문했다. 이렇게 해서 413쪽의 보고서가 만들어 1949년 12월 29일 스탈린에게 보고 됐다. 스탈린은 이 보고서를 자신의 개인 문서를 저장하는 ‘총서기 기록 보관서’에 보관했는데, 이후 2003년 독일의 역사학자 마티아스 울은 역사학자 헨릭 에벨레와 함께 이 기록을 발굴해 책으로 펴냈다. 그것이 바로 ‘히틀러 북’이다.

책에는 1933년부터 1945년 죽기까지의 히틀러의 삶이 비교적 자세하게 담겨 있다. 링게와 귄셰 두 사람은 각각 독방에 수감돼 말을 맞출 수도 없었을 뿐더러 부정확한 진술을 했을 경우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다.

훗날 많은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1945년 4월 30일 히틀러 최후의 순간도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됐다.

“4시를 몇 분 앞둔 시각 벙커로 돌아온 귄셰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사격장에서 맡을 수 있는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히틀러는 소파 왼쪽에 앉아있었으며 그의 옆에는 에바 브라운의 시신이 놓여있었다. 히틀러의 오른쪽 관자놀이에는 1페니히 동전 크기의 총알 구멍이 나 있었으며 그의 뺨을 타고 두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벽과 소파에는 여기저기 피가 튀어 있었다. 히틀러의 오른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무릎에 올려져 있었다. 왼손은 옆구리에 붙이고 있었다. 히틀러의 오른발 옆에 7.65mm 발터 권총이 놓여 있었으며 왼쪽 발 옆에는 같은 제조회사의 6.35mm 권총이 놓여 있었다.”

히틀러는 왜 자살했을까. 이 책은 러시아 군의 전진 부대가 몇 백 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상황에서 불면증 때문에 잠까지 이루지 못한 히틀러는 손톱을 물어뜯고 피가 날 정도로 귀와 목을 긁어 댔다고 한다. 호흡까지 힘들어 침실에 산소탱크를 설치하고 자주 산소를 들여 마셨다. 결국 히틀러는 러시아 군에게 생포될 경우 ‘붉은 광장’으로 끌려가 성난 군중들에게 린치를 당해 죽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권총으로 자살하기에 이른다. 자살 전 그는 자신의 시신이 모스크바로 보내줘 러시아 인민들의 구경꺼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수하에게 소각해 줄 것을 부탁한다. 야심가인 동시에 나약한 존재였던 히틀러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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