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마이뉴스’ 간판 내린다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3분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일본판이 8월 말로 뉴스 사이트로서의 간판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오마이뉴스 일본판 홈페이지 캡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일본판이 8월 말로 뉴스 사이트로서의 간판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오마이뉴스 일본판 홈페이지 캡처
“사실 쓰는 훈련 안돼 자기의견을 뉴스로 오해”

‘아마추어 시민기자’실험 시작 2년만에 실패로

2년 전 일본에서 ‘시민이 직접 쓰는 기사’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일본판이 8월 말로 뉴스 사이트로서의 간판을 내리게 됐다.

대신 이 사이트 운영회사는 9월부터 새로 ‘오! 마이라이프’를 개설한다.

29일 오마이뉴스 일본판 홈페이지(www.ohmynews.co.jp)에는 “2주년을 계기로 사이트를 대폭 개편한다”며 “기존 뉴스 사이트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생활밀착정보에 포커스를 맞추고 사이트 이름도 ‘오! 마이라이프’로 바꾼다”는 안내문이 실려 있다.

히라노 히데키(平野日出木) 편집장 명의로 실린 안내문에는 “시민기자에 의한 투고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투고의 중심을 신상품이나 서비스 체험기 등으로 옮길 예정”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또 “지금까지의 사이트 분류가 기존 미디어가 보도하는 뉴스를 연상시켜 ‘나는 그런 기사는 쓸 수 없다’며 위축돼 버리는 기자들도 있었다”며 9월 개편 후에는 사이트에 처음 접속하면 ‘오 마이라이프 머니’부터 시작하게 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일본판은 한국의 오마이뉴스가 70%, 소프트뱅크가 30%를 출자해 만든 회사로 2006년 8월 출범했다.

시민기자가 뉴스를 써서 사이트에 게재하는 방식은 한국의 오마이뉴스와 비슷하다. 오마이뉴스는 한국에선 2000년 창간 이후 일부 진영에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한 것과 달리 일본에선 출범부터 부진했다.

시민기자 등록자도 당초 목표는 “2006년 내에 5000명”이었으나 지난달 25일 현재 약 4650명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등록된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띄우면 미디어 경험이 있는 인력들로 구성된 편집부가 이를 편집해 다시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기사 1건당 300엔을 지불하는 대신 회사는 사이트에 붙는 기업광고 등으로 수입을 얻는 구조다.

요미우리신문은 29일자에서 오마이뉴스 일본판의 방향 전환에 대해 “광고수입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블로그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에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그쪽으로 몰린 점도 부진의 원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또 “(시민기자 중에선) 자신의 의견을 뉴스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게 ‘사실’을 쓰는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잘되지 않았다”는 오마이뉴스 히라노 편집장의 말을 소개하면서 아마추어 기자들의 기사로 운영되는 사이트의 어려움을 전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오마이뉴스 일본판이 창간한 시기에 ‘시민 기자’의 기치를 내건 몇몇 사이트가 출범했지만 대부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기사 오류 못잡는 인터넷매체 신뢰 잃어”▼

日 인터넷신문 ‘잔잔’ 다케우치 사장

2003년 출범한 뉴스 사이트 ‘잔잔’(JANJAN·www.janjan.jp)을 운영하는 다케우치 겐(竹內謙·사진) 일본인터넷신문 사장. 그 또한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시민기자 뉴스사이트’를 운영하려 했으나 방문자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시민기자 기사와 함께 책, 영화 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방문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시민기자 뉴스사이트가 부진한 원인을 국민의 태도가 한국과 다르다는 점에서 찾았다. 한국인은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반면 일본인은 집단과의 조화를 중시하고 남과 다른 얘기를 하기 싫어한다는 것.

일본에서 신문 독자투고는 활발한 데 비해 인터넷 쪽이 부진한 이유로는 검증의 차이를 들었다. 신문 독자투고는 데스크를 거치면서 걸러지지만 상당수 인터넷 매체는 그렇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

“미디어의 생명은 신뢰성입니다. ‘잔잔’은 ‘시민기자 코드’를 마련해 명예훼손, 거짓말, 난폭한 말, 품위가 없는 말은 쓰지 못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잔잔’ 시민기자의 기사는 언론사 출신 편집부원 20여 명이 이 원칙에 따라 완전히 손을 보고 이를 다시 해당 기자에게 보내 확인하게 한 뒤 띄워진다.

오마이뉴스 일본판의 경우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먼저 띄우고 추후에 편집자가 손을 댄 것을 다시 올리는 방식이어서 여과되지 않은 기사도 종종 보였다는 게 그의 지적.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그는 일본의 고도(古都)로 유명한 가마쿠라(鎌倉) 시장을 지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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