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는 몰락했다. 새삼 공산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20, 30년 전만 해도 공산주의의 몰락을 예견한 사람이 드물 만큼 공산주의는 견고한 체제였다.
19, 20세기 세계를 지배한 강력한 사상 중 하나인 공산주의 역사를 살피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성찰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부터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이르기까지 공산주의의 태동과 발전 과정, 몰락의 여정을 조명한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공산주의가 미쳤던 세계의 역사를 함께 다뤘다.
그 역동적 과정을 수많은 사진을 통해 본다는 게 이 책의 특징.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인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당시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가발을 쓴 레닌의 모습은 러시아 정부군과 대립하는 혁명군의 상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1919년 레닌이 붉은 광장에서 군중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는 사진은 혁명 직후 기세가 오른 공산주의의 상징이다. 이 사진의 이면에는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의 권력투쟁도 함께 담겼다. 사진의 연단 옆에 당시 혁명에 가담한 카메네프와 트로츠키도 보인다. 그러나 권력 암투 과정에서 스탈린에게 밀려난 1930년대 이후 카메네프와 트로츠키는 이 사진에서 지워졌다.
1995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근교 들판에 버려진 레닌 동상, 무너진 베를린 장벽 앞에서 키스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은 20세기를 풍미한 공산주의의 몰락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시리즈는 나치즘, 파시즘, 식민주의가 차례로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