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따라잡기]판타지 소설에는 순수함이 넘친다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9분


친구 집에서 올림픽 폐회식을 볼 때였다. 끝자락에 등장한 런던 올림픽 홍보 스타들. 그중 ‘레드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 그리고 그의 연주 ‘홀 로타 러브’.

“역시 세계 3대 기타리스트야.” “오호…. 그 세 사람이 누군지는 아냐?”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튼. 그리고 그…?”

나머지 한 사람은 ‘제프 백’이다. 물론 지미 헨드릭스나 카를로스 산타나의 팬들은 이 분류에 동의하기 힘들겠지만.

판타지 문학에도 ‘3대’가 있다.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국내에서 영화로도 선보였다. 그 외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황금가지)가 있다. 소설은 익숙지 않아도 이를 모태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 ‘게드 전기’는 국내에서 꽤 알려져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출간된 어스시 전집은 모두 여섯 권. 2006년 첫 권이 나오고 이달에 다섯 번째 책이 국내에 소개됐다. 마지막 권도 곧 나온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1권(2만2000여 부)을 포함해 4권까지 6만5000여 부가 팔렸다. 완간을 맞아 출판사 측은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 중이다.

이 소설이 이제야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건 독자의 취향 때문이다. 판타지 문학은 부침이 심하다. “1990년대 초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와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을 주축으로 한 국내 판타지 문학은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박상준 오멜라스 대표)였다. 그러다 ‘해리 포터’로 인해 해외 판타지 문학이 조명을 받았고 영화 ‘반지의 제왕’이 해리 포터 말고도 무궁한 판타지가 있음을 일깨웠다. 오랜 판타지 클래식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판타지 고전에는 ‘공통 코드’가 있다. 분명한 선악 구도는 기본. 험난한 모험 속에 마주치는 괴물과 마법, 신의 깊은 동료들, 거친 역경 속에 깨어나는 자아 성찰.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가 창조한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반지의 제왕은 인간과 호빗, 엘프와 오크족들이 공존하는 ‘중간계’라는 대륙이 무대로 그려진다. 이 땅을 차지하려는 선과 악의 전쟁이 주된 이야기. 나니아 연대기의 경우 이 세상에서 장롱 혹은 지하철 등의 통로로 넘어간 또 다른 세상 나니아가 등장한다. 그리고 어스시의 마법사는 현자와 마법사가 살고 있는 수백 개로 이뤄진 ‘어스시 섬들’이 나온다.

또 다른 세상의 창조가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현실에선 찾기 어려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마법과 모험의 유혹도 매력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에선 노력하면 얻을 수 있고, 진실과 정의가 이기며, 변치 않는 우정과 사랑이 존재한다.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정정당당한 승부와 땀의 결실, 승부를 넘어선 인간애 등. 판타지 소설에는 그런 순수함이 가득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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