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시사에서 북방이라는 공간이 개척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다. 김동환 백석 이용악 오장환 유치환 이육사 등 여러 시인이 한반도 북쪽과 만주대륙 일대의 북방 공간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을 썼다.
여성적이고 섬세한 우리 시의 경향과 달리, 북방을 다룬 시편은 울림이 굵고 강렬하다. 공간의 특이성 때문이다. 저자는 간도와 만주대륙 등 광활한 북방 공간을 무대로 삼은 시 중 김동환 백석 이용악 등 시인 3명의 작품을 선택해 분석했다.
김동환은 북방이라는 당시로선 한국 시사에서 낯설고 새로운 공간을 처음으로 끌어들인 시인. 장엄하고 험난한 자연환경을 꿋꿋하게 극복하는 남성적인 어조와 기개, 거친 북방 언어와 거대 서사를 시편에 담았다.
백석에게 북방이라는 공간은 식민지 이전에 하나로 어우러져 거주하는 공동체의 세계. 자연히 민족의 이상공간이 되었다. 이용악이 주목한 것은 북방으로 흘러간 이민 문제다. 일제강점기 수탈로 생활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피로한 생존이 그의 북방시편에 담겼다.
광복 이후 문학이 남쪽 공간에 한정된 만큼 이 책은 사라지고 잊혀진 북방이라는 문학공간을 복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방은 여러 민족이 때로는 부딪치고 때로는 조화롭게 지내면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던 공간이었다.
저자는 이곳을 배경으로 창작한 작가들은 단순히 문학 공간을 확장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독특하고 개성적인 시 세계를 창조한 성과를 얻어냈음을 짚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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