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효심 보여주는 ‘온궁영괴대도’ 등 희귀작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 회화실에서 12월 14일까지 열리는 테마전 ‘왕의 글이 있는 그림’에서 조선 회화사에서 극히 희귀한 작품이 일반에 처음 공개되고 있다.
18세기 그림 사현파진백만대병도(謝玄破秦百萬大兵圖)다. 가로 418.6cm, 세로 170cm의 8폭 병풍에 그린 대작. 중국 5호16국 시대 동진(東晋)의 8만 병사가 당시 중국 화북(華北) 지방을 통일한 강대국 전진의 100만 대군을 물리친 비수 전투를 화폭에 옮겼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장진아 학예연구사는 “정적인 산수화가 많았던 조선시대에 이렇게 크고 역동적인 전투도는 거의 없다”며 “특히 전투에 참가한 수많은 병사의 표정, 몸짓을 묘사한 디테일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대한조선공사 회장을 지낸 남궁련(1916∼2006) 선생의 기증품으로 작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715년 숙종의 어제(御製·임금이 지은 글)가 적혀 있다.
그림 속 전투 장면에 등장하는 병사는 360여 명에 이른다. 통이 좁은 소매의 주름, 군복 자락의 펄럭임, 좁은 공간에 무수한 말과 병사가 뒤엉킨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됐으며 산모퉁이를 휘몰아치듯 구성한 화면의 동세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림 왼쪽 끝에서부터 전진 병사들을 몰아치는 동진 병사의 결연한 표정과 쫓기는 전진 병사들의 당황한 표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온궁영괴대도’는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의 효심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사도세자는 1760년 온양행궁(溫陽行宮)을 찾아 활쏘기를 하다가 활을 쏘는 곳에 그늘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 뒤 회화나무 세 그루를 심게 했다. 30년 뒤 이 나무가 아름드리나무가 됐고 이를 안 정조가 이 사실을 적은 비석을 그 옆에 세웠다. 그림에 이 과정을 적고 아름드리 회화나무가 있는 온양행궁 전경을 그렸다.
3일과 10월 22일 야간 개장 때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가 직접 작품의 내력을 설명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열린다. 02-2077-9504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