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궐기한 佛心 “정부 결단 내려야”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31일 전국 1만여 사찰에서 정부의 종교차별에 항의하는 법회가 열린 가운데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불자들이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31일 전국 1만여 사찰에서 정부의 종교차별에 항의하는 법회가 열린 가운데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불자들이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1만여 사찰 동시 법회 “안이한 대응땐 사태 악화”

불교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주최 측 추산 20만 명, 경찰 추산 6만 명)이 모인 범불교도대회(지난달 27일)에 이어 31일에는 전국 사찰에서 종교차별에 항의하는 법회가 열리는 등 불심(佛心)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는 이날 “성공적으로 치러진 범불교도대회에 이어 이날 동시법회를 통해 정부의 종교차별을 바로잡으려는 2000만 불자의 염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개최된 법회에는 스님과 신도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법회에 참석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법문을 통해 “오늘 전국 각 사찰에서 불교의 장래를 위한다는 뜻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권 규탄 전국 사찰 동시법회) 이름을 같이 붙여 부처님의 혜명(慧命·지혜)을 잇고 불법(佛法)을 잘 받들기 위해 법회를 올리기로 했다”면서 “힘이 있다고 과시하면 안 되고, 힘 있는 사람은 힘없는 사람을 도와야 하는 것이 자비정신”이라고 말했다.

또 지관 스님은 ‘인평불어 수평불류(人平不語 水平不流)’라는 말을 인용해 “사람이 평등하면 말이 없는데 (그렇지 않아) 자꾸 말이 나온다. 요즘 일부 어떤 곳에서는 이념과 고향, 종교가 다르면 일도 안 시킨다고 한다”며 “종교가 다르더라도 서로 존중해야 하고 하나가 돼야 국가도 힘이 생길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선 조계사 청년회장은 자유 발언을 통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종교차별이 횡행하는 지금 상황이 마치 수십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듯하다”며 “지금 우리 불교는 1700년 역사상 가장 심한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은 2500여 명이 참여한 법회에서 “종교 평화를 위해 정부의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며 “부처님의 법을 무시하거나 능멸한다면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 통도사와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서도 각각 3000여 명과 700여 명의 신도가 참석해 종교차별에 항의하는 법회를 개최했다.

통도사 주지인 정우 스님은 “정부의 종교차별이 종교 간 평화와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최근 표출된 불심을 제대로 읽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하고 불교계 역시 정체성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도 법문을 통해 정부와 공직자들의 종교편향적인 태도와 발언을 소개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는 종단 방침에 대해 신도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부산 범어사에서도 신도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회를 열고 정부의 종교차별 금지와 공무원의 종교 중립을 법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봉행위 대변인인 승원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과 봉행위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삼보 스님이 정법(正法)이 유린되는 상황을 참지 못해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계속 정부가 안이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격앙된 스님들의 단지(斷指) 등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양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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