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8월에도 학교 마을 도서관의 행복은 계속됐다.
지난달 11일 경북 문경시 산북면 산북초등학교 창구분교에는 129호 학교 마을 도서관이 개관했다. 정계월 문경교육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개관식 분위기는 어느 곳보다 기쁨이 넘쳤다. 김주연 분교장은 “전교생 21명으로 폐교까지 거론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 마을 도서관은 지역 주민과 교직원, 학생들이 합심해 만들어낸 값진 성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구분교는 도서실이 따로 없어 학교 마을 도서관을 유치하려 학생식당을 리모델링했다. 분교장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나서 벽을 칠하고 서가와 열람대 등을 마련했다. 변우 주민 대표는 “학교 마을 도서관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 지역에 크나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도서관 개관에는 류진숙 독서지도교사의 열정이 큰 힘이 됐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측에 편지도 계속 보내고 주민들에게 학교 마을 도서관을 알린 것도 그의 공. 전남 장성군 북일초교 학교 마을 도서관을 방문해 운영 방법을 배워 오기도 했다. 류 교사는 “방과 후 스쿨버스가 없어 부모가 데리러 올 때까지 정처 없이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 아팠는데 도서관이 생겨 정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131호 학교 마을 도서관이 경남 산청군 신등면 단계초등학교에 만들어졌다. 5월 22일 ‘작은 도서관…’과 산청군, 산청교육청이 ‘선비의 고장 작은 도서관 만들기’ 협약을 맺은 뒤 이 지역에 처음으로 세워진 학교 마을 도서관이다.
양두환 교장은 “1년 도서 구입비가 400만 원인데 학교 마을 도서관이 3000권을 지원해 도서 구입비 8년 치 책이 한꺼번에 생긴 셈”이라며 “학생은 물론 주민들이 저녁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개관식 특별행사로 ‘나는 책이야’ ‘달님은 알지요’ 등을 쓴 김향이 동화작가의 특강도 개최됐다. 4학년 이미나 양은 “동화작가가 꿈이었는데 선생님 강의를 듣고서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학교 마을 도서관장을 맡은 김성이 학부모 대표는 “어른들이 읽을 책도 많이 생겨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라며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어른들부터 책 읽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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