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75) 시인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신작 시집 출간 및 그림전과 관련된 간담회에서 “50여 년간 모국어의 은혜로 시를 운명으로 삼아 왔지만 시집을 낼 때마다 방금 시인이 된 것처럼 설렌다”며 “내 삶의 후반기는 전반기의 결산에 머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질풍노도의 시기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나온 50주년 기념 시집 ‘허공’(창비)에는 ‘허공’ ‘어느 시론’ 등 시의 근원에 대한 탐구와 언어의 한계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아낸 신작시 107편이 실려 있다. 고 씨는 1958년 계간 ‘현대문학’에 ‘봄밤의 말씀’ 등이 추천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영어 독일어 등 10여 개 언어로 시집이 번역됐고 만해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을 받았다.
고은 문학 50년 기념 그림전은 ‘동사를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4일부터 12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고 씨가 직접 그린 35점의 그림과 글씨 19점이 전시된다. 그는 “17일 동안 경기 평택시의 구성호 조각가 작업실에서 어딘가에 취한 채 그렸다”며 “동양화의 여백의 미 대신에 화면을 가득 채우는 물질적인 충일감을 화폭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씨는 “시가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부터 멀어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지구라는 행성이 소멸되고 우주의 분진도 사라질 때까지 시는 마지막으로 지구의 끝을 장식할 것”이라며 “시의 신도로서 늘 새로운 시인 생활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