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99>相恨不如潮有信, 相思始覺海非深

  • 입력 2008년 9월 4일 02시 59분


相(상)은 目(목)과 木(목)을 합해 눈으로 나무를 살펴보는 모습을 나타냈다. 본뜻은 자세히 살피다이며, 감정하다 또는 용모의 뜻이 있다. 또 相互(상호)처럼 서로의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일방적인 동작에도 쓰인다.

동작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相思病(상사병)의 경우처럼 여기서의 相恨(상한)과 相思(상사)도 상호 이뤄지지 않고 일방적인 행위다. 恨(한)은 한탄하다 또는 원망하다의 뜻이다. 不如(불여)는 ‘∼만 못하다’에 해당한다.

潮(조)는 潮水(조수) 즉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밀물과 썰물을 가리킨다. 滿潮(만조)처럼 밀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潮有信(조유신)은 일정하게 찾아오는 조수는 믿을 만하다는 말이다. 始(시)는 처음 또는 비로소의 뜻이다. 시작하다의 뜻도 있다. ‘노자’에 보이는 千里之行始於足下(천리지행시어족하)는 “천릿길도 첫걸음부터”라는 말이다.

覺(각)은 見(견)이 의미요소이고 學(학)을 줄인 형태의 윗부분은 발음요소이다. 覺醒(각성)처럼 깨닫다 또는 잠에서 깨다의 뜻, 感覺(감각)처럼 느끼다의 뜻이 있다. 深(심)은 深山(심산)이나 深夜(심야) 또는 深奧(심오)처럼 깊다는 뜻으로 두루 쓰인다. 얕다는 뜻의 淺(천)과 상대적이다. 海非深(해비심)은 바다도 그리움보다 깊지 않다는 말이다.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이다. 바닷가의 그녀는 하루에 두 번씩 꼭꼭 찾아오는 밀물만 보아도 남편이 원망스럽다. 그리움에 비하면 바다도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세상인들 헤어짐과 그리움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재회의 믿음이 있기에 견뎌낼 수 있다. 그리움의 깊이가 크면 클수록 재회의 기쁨도 그만큼 크리라 기대하며. 唐(당) 白居易(백거이)의 ‘浪淘沙(낭도사)’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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