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대금의 청아한 선율… “세상 시름을 쫓는다”

  • 입력 2008년 9월 4일 03시 00분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26일∼10월 4일)에는 14개국 3852명의 음악인이 참여한다. 지난해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전주세계소리축제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26일∼10월 4일)에는 14개국 3852명의 음악인이 참여한다. 지난해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전주세계소리축제
《“왕이 곧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불었더니, 나라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해결됐다고 한다.

적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비가 올 때는 개며, 바람과 물결도 잠잠해졌다.

그래서 이 피리를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 이름지었다.”

대금은 신라 제31대 신문왕 때 국보로 삼았다는 ‘만파식적’ 설화에 나오는 악기다.

대금은 ‘거친 바다를 잠재우는 신의 소리’로 나라가 어려울 때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악기였다.》

전주소리축제 26일 개막

대금명인 6人 한자리에

26일∼10월 4일 열리는 2008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안숙선)의 공연 중 ‘유파별 산조의 밤’(10월 2∼4일)은 현존하는 대금 산조(散調)의 여섯 바탕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무대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는 이생강 심상남 박영호 홍종진 박환영 원장현 등 대금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 판소리에 대자연의 소리 더해

“대금 산조란 고대 신악(神樂)에서 파생된 무속음악인 시나위를 토대로 판소리의 가락들을 영입해 춘하추동의 대자연의 소리를 가미한 소리이지요.”(이생강·71)

산조는 ‘가사 없는 판소리, 악기로 연주하는 판소리’라고 불린다. 판소리도 무속음악에서 기원한 것처럼 대금산조도 ‘씻김굿’으로 유명한 전남 진도 땅에서 탄생했다. 이번 무대에서 대금 산조의 창시자인 박종기(1879∼1941) 명인의 곡을 연주하는 이는 박환영(51) 부산대 교수. 박 교수의 아버지는 ‘진도 북춤’의 대가인 박병천 선생이고, 어머니는 진도 최고 무당인 김소심, 그의 작은증조부가 박종기 명인이다.

어릴 적부터 굿판과 북춤판에서 반주를 했다는 박 교수는 “박종기 할아버지의 산조 가락이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는데, ‘OK레코드사’(1935년)에서 나온 할아버지의 유성기 음반이 2000년에 발견됐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복원된 할아버지의 대금 산조를 공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산조 가락은 끝이 없어

대금 산조는 박종기 이후 한주환, 강백천이 각각의 유파를 형성했고, 한범수 한일섭 등을 거쳐 이생강 서용석 선생 등에게 전해졌다.

중요무형문화재 대금 산조 보유자인 이생강 명인은 스승의 산조 가락에 자신의 가락을 더해 120분 분량으로 ‘산조’를 집대성했다. 그는 대금 이외에도 피리 퉁소 태평소 아쟁 등 7개의 악기를 다루며, 판소리 명인 김소희 박녹주 임춘앵 선생 등 23명의 스승을 모시고 국악을 두루 접하며 재즈와 팝송까지 대금 가락에 담는 ‘크로스오버’의 선구자였다.

“6·25전쟁 부산 피란 시절에 판소리 대금 피리 육자배기 퉁소 등 각 계 큰선생님들의 가르침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둘도 없는 행운이었습니다. 그 가락들이 다 제 대금 산조에 들어 있습니다. 여덟 살 때부터 대금을 불기 시작해 일흔이 넘었지만 산조 가락은 담아도 담아도 끝이 없어요.”

‘서용석류’ 산조를 연주하는 심상남(52·남도민속국악원 악장) 씨는 대금 연주자로서는 보기 드문 여성 연주자다. 무겁고 긴 대금을 들고 줄기차게 입김을 불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연주가 만만치 않다. 그의 스승인 서용석 선생은 “세상 하나밖에 없는 귀한 보물”이라며 그를 아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안비취 선생님께서 제가 국립국악원 민속단원 시절에 ‘30세 되면 배 힘이 없어서 대금을 못 부니까 아쟁을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렇지만 판소리 명창도 예순 넘어 완창하는데 여자도 60, 70 넘어서도 몸만 잘 관리하면 대금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주소리축제’ 14개국 참가… 9일간 230회 공연

6일∼10월 4일 열리는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주제는 ‘소리, 오락(五樂)’이다. 14개국 3852명이 출연해 230회의 공연을 갖는다.

남자 명창들의 ‘천하명창전’, ‘명창명가-심청가’ 등 판소리를 비롯해 창극 ‘견훤’, 작고명창 열전 ‘국창 임방울’ 등이 공연된다.

중국 베이징 세계예술단 ‘솔 오브 차이나’, 루마니아 12인조 브라스밴드 ‘판파레 치오커를리아’, 재즈 보컬리스트 다이앤 리브스, 중국 황허 예술단 등 해외 공연도 줄을 잇는다.

야외에서도 ‘소리+끼! 페스티벌’ ‘소리 프린지 페스티벌’ 등이 이어진다.

야외 공연은 무료, 실내공연은 5000∼5만 원. 063-232-8398. www.sori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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