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 둑첸카규 법왕 “진정한 사랑은 밥을 주는 실천”

  • 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티베트 불교 카규파의 둑첸카규 법왕이 4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불교와 깨달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티베트 불교 카규파의 둑첸카규 법왕이 4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불교와 깨달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진정한 사랑은 기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밥과 약을 주는, 실천하는 사랑이다.”

티베트 불교 4대 종파 가운데 달라이 라마의 겔루그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카규파의 법왕이자 ‘살아있는 부처(활불·活佛)’로 불리는 둑첸카규 법왕. 서울 성북구 길상사 초청으로 최근 방한해 법회를 연 법왕을 4일 길상사 경내에서 만났다.

그는 “법회에서 불자들에게 ‘살면서 어떤 일이 선한지 악한지 지혜롭게 구별하고 살자’고 했다”며 “정치인과 일반 국민, 불자, 승려 모두 항상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살펴야 하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사랑은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베트에서 빈민을 위해 학교와 병원을 짓고 있는 그는 “기도만 가지고는 안 되며 마음으로 자신과 남을 살펴보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티베트 불교와 화두 참선을 중시하는 한국 불교의 차이점에 대해 “가는 길은 동일하다”고 했다. 화두나 염불, 독경은 모두 공성(emptiness)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기 때문에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 다만 “티베트 불교에서는 명상에 앞서 기초단계인 (어떤 일의 원인과 결과를 살피는) 인과법 등의 수행을 중시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불교계가 최근 정부의 종교 차별 논란과 관련해 불교도대회를 연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진정 불교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면(not fair) 저항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다만 정부가 공정하다면 불교계가 문제를 만들면 안 된다. 티베트가 중국 정부에 저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우리를 공정하게 대한다면 지금처럼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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