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1742년 작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에는 소년 둘, 소녀 둘이 등장한다. 모두들 고운 옷을 잘 차려입었다. 표정들도 해맑다. 그런데 저자는 해맑은 표정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을 읽어냈다. 그는 “아이들이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옷의 우리’에 갇혔다”고 표현한다. 아이들이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꽉 죄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화가 에드가르 드가의 1878년 작 ‘에투알’은 무대에 선 발레리나를 그린 작품. 저자는 이 그림에서 발레리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했다. “화가는 위층 박스석을 이용하는 상류층의 시각에서 발레리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당시 파리의 발레 무대가 상류층 남성들을 위한 ‘창관(娼館)’ 역할을 했고, 발레리나들은 그런 남성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신세였다는 ‘무서운’ 역사적 사실을 연결시켰다.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그림의 이면을 들여다본 책이다.
프란시스코 드 고야의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처럼 보기만 해도 섬뜩한 그림들도 책에 소개돼 있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을 따라 평범해 보이는 그림에 숨겨진 ‘무서움’을 발견할 때면 더욱 오싹해진다.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1793년에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 최후의 초상’은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뒤 형장으로 실려 가는 앙투아네트 왕비를 그린 그림. 역사적 사실을 있는 대로 평범하게 담은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그림에서 목이 훤히 드러나게 짧게 잘려진 앙투아네트의 머리칼을 가리키며 “참혹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단두대의 날이 목을 자를 때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머리칼이 잘린 앙투아네트의 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세계 명화의 수수께끼’(비채)는 명화 89점에 얽힌 수수께끼를 소개한 책. 밀레의 ‘만종’ 속 부부는 일과를 마친 뒤 감사 기도를 드리는 것일까, 아니면 죽은 아들을 땅에 묻으려 하며 슬퍼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추적하는 식이다.
서양 미술에서 이어져 온 상징과 은유를 통해 서양의 사상을 짚어본 ‘상징과 비밀 명화를 만나다’(예경)라는 책도 있다. 우주의 탄생과 종말, 인간과 신의 관계가 어떤 상징으로서 그림 속에 등장하는지 설명한다. ‘세계 명화 속 숨은 그림 읽기’(마로니에북스)도 현란한 묘사 뒤에 숨겨진 기독교의 아이콘, 신화의 상징, 민속적 특징을 살핀 책.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문학수첩)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해부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해부학에 일가견이 있던 미켈란젤로가 곳곳에 해부학과 관련된 메시지를 숨겨 놓았다’는 게 이 책의 출발점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