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 “이명박 정부의 불교차별은 헌법파괴 수준”

  • 입력 2008년 9월 6일 16시 29분


김지하 시인.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지하 시인.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감방 동지’인 김지하 시인이 “최근 정부의 불교에 대한 종교차별은 헌법파괴수준에까지 이르렀고, 여기에 대한 범불교적 비판은 평상의 수위를 이미 훨씬 넘어서 있다”며 쓴 소리를 했다.

그는 5일 불교일간지 법보신문에 기고한 ‘가만히 좋아하는-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보고’하는 글에서 “극소수의 유치하고 저급한 목사들의 엉터리 예수나팔에 빌붙어 낡아빠진 토목공사식 산업관 따위 하나로 뭘 어떻게 제대로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직설적으로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일부 목사들에 대해 “사탄이나 악마가 없이는 제 일을 못하는 사람들, 극도로 유치한 분별지(分別智) 그 자체들인지라, 공연히 사탄이며 악마를 만들지 않으면 꼼짝도 못하는 ‘사탄 프렌드리’들”이라며 “도대체 개신교 역사가 얼마나 됐다고 ‘성숙’운운인가? 불교역사, 불기(佛紀)가 올해 2552년임을 모르는 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진행은 분명 문화자본주의나 영혼경제 쪽”이라며 “세계시장, 특히 아메리카시장의 화살방향은 분명 아시아다. 이제부터의 아시아시장은 신자유주의 일변도의 시장구조를 어떤 경우에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분배(再分配)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호혜(reciprocity)’를 바탕으로 하는 신질서로써의 교환구조를 지향하게 될 것이고, 바로 그 호혜와 직결된 아시아전통문화가 우선 다름 아닌 불교”라며 “일개 시인인 필자보다도 더 서구, 미국, 그리고 세계시장의 미래에 대해 잘 모른다면, 어떻게 앞으로 이른바 ‘잃어버린 십년’을 감히 탕감할 작정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한 “생태·생명문제와 관련해서 요즘 대통령은 완전히 건달”이라면서 “최근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론은 짝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어 “뉴라이트에게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은 반쪽 소통”이라며 “사회라는 이름의 대중통합의 원만성 확립은 대통령의 책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스스로에 대해 “불교신자가 아닌 동학당”이라면서 “동학은 증조부 이래 내 집안의 서럽고 서러운 피투성이 신앙체계”라고 말했다.

그는 “현 시국이 당신들처럼 엉터리로 해서는 참으로 큰 일 나겠기 때문”이라며 “촛불초기부터 지금까지 현정부 퇴진요구를 철저히 막아온 사람은 다른 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행여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예뻐서가 아니라 극우와 극좌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조국과 문명의 큰 변동의 때는 오고 있는데 나라가 혼란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과거 MB도움의 보은(報恩)”

김 시인은 “이명박 씨는 1964년 한·일굴욕회담 반대운동 때 함께 투쟁하고 감옥 가던 동지”라고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한때 내가 긴 독방 감옥 생활에서 풀려나 지독한 가난 속에서 휴유증으로 정신병원을 10여 차례나 드나들며 고생하는 동안 이른바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나의 옛 동지란 자들은 내가 연쇄 분신 자살을 말리고 생명 사상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나를 돕기는커녕 중상모략만 일삼고 다녔다”며 “그러나 이명박 씨는 몇몇 다른 고마운 분들과 함께 나를 도왔다”말했다.

그는 “보은(報恩)은 명분 이전”이라며 “지금에 와 내가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진심어린 충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안다. 그가 누구 말도 듣지 않는 대단히 압도적이고 자기 나름대로 매우 똑똑한 사람이란 것을”이라며 “그러나 나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보은’은 명분 이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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