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정선희 씨 실신 입원
유서엔 “선희야 사랑한다”
안 씨 홈피 애도글 줄이어
개그우먼 정선희 씨의 남편인 탤런트 안재환(36·사진) 씨가 8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노원구 하계동 주택가 골목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을 발견한 목격자는 경찰에서 “운전 중 길가에 주차돼 있던 검은색 그랜드카니발 차량이 눈에 띄어 유심히 살펴보니 뒷좌석에 한 남자가 의식을 잃고 누워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노원경찰서는 일단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차 안에서 철판 위에 올려진 연탄 2장과 유서, 휴대전화, 빈 소주병 등을 발견했다”며 “연탄 2장 중 1장이 연소됐고 타살 흔적은 없어 연탄불을 피워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시신의 부패 정도로 보아 숨진 지 10∼15일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 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조회한 결과 지난달 21일 부인 정 씨와 마지막으로 10분간 통화했다”고 덧붙였다. 안 씨는 라디오 등 방송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가까워진 정 씨와 지난해 11월 결혼했다.
발견된 유서에는 ‘선희야 사랑한다. 부모님 먼저 가서 죄송합니다. 시신이 일찍 발견되면 장기를 기증하기 바란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안 씨의 시신은 노원구 공릉동 태릉마이크로병원에 안치됐다.
안 씨는 최근 사업 실패로 인한 사채 빚 때문에 심한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이날 오전 자택에서 최진실, 이영자 씨 등 방송계 지인들을 만나 “우리 부부를 벼랑으로 내몬 것은 40억 원의 사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인 중 한 명은 “아내인 정선희 씨에게도 협박이 들어왔다. 안재환 씨가 그것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정 씨는 탈진한 채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취했다. 또한 이날 낮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MBC ‘정오의 희망곡 정선희입니다’와 이날 오후 진행될 예정이던 MBC TV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 녹화에 불참하는 등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정 씨 소속사 관계자는 “일단 이번 주는 라디오와 TV 프로그램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다”며 “언제 다시 방송을 시작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5월 방송 진행 도중 “촛불집회에 참석하더라도 환경오염 시키고 맨홀 뚜껑을 가져가는 사소한 일들이 사실은 범죄다”라고 말해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면서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누리꾼은 안 씨가 운영하던 홈쇼핑 화장품 업체를 겨냥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안 씨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이날 하루 동안에 77만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애도글이 2만5000여 건 올라왔다.
서울대 미대 공예과 출신인 안 씨는 1996년 MBC 공채 탤런트 25기로 출발해 ‘엄마야 누나야’, ‘비밀남녀’, ‘똑바로 살아라’, ‘눈꽃’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2006년부터는 서울 강남구에 대형 바를 열고 신발 사업을 시작하는 등 사업을 벌여왔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