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소나무에 송골송골 맺힌 가을 보석 ‘송이’

  • 입력 2008년 9월 12일 02시 44분


《나는야 산에 피는 보석.

서늘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높고 깊은 산 속 소나무 밑동 아래 고개를 내밀지.

사람들은 날 ‘가을의 보석’이라고도 불러.

크기는 작아도, 이래 봬도 몸값이 개당 최고 10만 원에 이르는 귀하신 몸이거든.

흔하지 않고 향도 좋아서, 요맘때만 되면 다들 날 찾으려 눈을 크게 뜨지.

난 보통 버섯이 아니야.

그 이름도 유명한 ‘송이버섯’이라고.

송이버섯의 계절, 가을이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송이버섯(국내산 1급 특상품 기준)은 그 값이 kg당 50만(생산현지 가격)∼80만 원(호텔·백화점 가격)일 정도로 비싸지만, 송이 유통회사들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 무엇이 매력인고?

송이와 관련해 세간에 떠도는 얘기들은 한둘이 아니다. ‘항암효과가 있어 건강에 좋다’, ‘남자가 먹으면 정력에 좋다’….

이런 얘기들은 송이의 인기를 날로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버섯 전문가인 가강현 국립삼림과학원 박사는 “부풀려진 얘기가 많다”고 한다. “송이가 가진 대부분의 성분들은 보통 다른 버섯에도 들어 있어요. 효능 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표고버섯이 낫죠.”

그런데 송이버섯은 어째서 그리도 인기인 걸까.

송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그 답은 ‘희소성’과 ‘향기’다. 소나무에서 자란다고 해 ‘송이’라는 이름이 붙은 송이버섯은 죽은 나무에 붙어서도 살 수 있는 일반 버섯들과 달리 높은 산에 자리한 살아 있는 소나무의 뿌리에서만 자란다.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해서, 섭씨 10∼25도의 서늘한 기후에서 자주 비가 내려야만 눈에 띄는 크기로 자라난다. 만약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기준치를 벗어나면, 조금 자랐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그라진다는 게 삼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예민하고 연약한 송이버섯은 사람의 힘으로 키우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 가 박사는 “송이와 소나무는 서로에게 필요한 양분을 주고받으며 공생(共生)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어떤 성분들을 주고받는지 파악되지 않았다”며 “일본은 100년, 우리나라는 30년 이상 송이 재배법을 연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자연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귀한 버섯. 그렇다 보니 그 값이 다른 버섯의 수십 배나 되는 것이다.

송이를 맛볼 수 있는 시기 역시 일시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는 잠깐의 여름(7월 말∼8월 초)과 가을(9월 말∼10월 초)로 한정된다.

● 그윽한 향따라 바다 오간 귀하신 몸

송이는 소나무의 그것과 닮은 특유의 그윽하고 쌉싸래한 향이 일품. 가을철 입맛을 돋우는 이 같은 향에 특히 열광하는 지역은 일본이다.

유달리 송이버섯을 선호하는 일본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한국, 북한, 중국으로부터 고가(高價)의 송이를 대량 수입하며 부족한 물량을 메워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1, 2등급 고급 송이는 유통할 수 없게 법으로 정하고, 30년 가까이 고급 송이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해 외화를 벌었다.

이러한 규제는 1990년대 들어 국내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다 지난해에서야 완전히 폐지됐다. 다시 말해 국내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최고급 송이를 맛볼 수 있게 된 건 작년부터인 셈이다.

반면 북한은 지금까지도 민간에서 송이를 채집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며 모든 송이의 채집과 유통을 당과 군이 관리하고 있다는 게 송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송이는 북한의 대일(對日) 무역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북한산 송이 수입을 엄격히 금지하면서 상당수가 국내로 들어오는 추세다.

강원 양양군의 송이 유통업체 양양자연송이농산의 박영학 사장은 “북한산 송이는 국내산과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하다”며 “다만 북한산은 배를 통해 국내에 오기까지 며칠 걸리다 보니 향과 신선도가 떨어져 값이 국내산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추석이 예년보다 빠른 올해는 국내산 송이가 나지 않아 명절 수요의 대부분이 북한산 송이로 충족되고 있다”며 “국내산 송이가 제철인 이달 말쯤엔 질 좋은 송이를 더 싼 값에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이의 등급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키가 8cm 이상이면서 버섯 몸통(버섯대)이 굵고 버섯갓이 피지 않은 것을 특상품(1급)으로 친다.

이달 말 경북 봉화, 울진 및 강원 양양에서 각각 열리는 송이 축제에 참가하면 평소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송이 산에 들어가 다양한 등급의 송이를 직접 채취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 어떻게 해 먹을까

언뜻 생각하면 송이버섯도 그냥 버섯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버섯 요리로 해먹기엔 송이의 ‘몸값’이 아까운 게 사실이다. 송이의 풍미를 100배 살리면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없을까. 서울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장금승 책임 주방장은 간편하게 만들어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자연송이 탕면’과 ‘자연송이 볶음’ 요리법을 소개했다.

事悶Ъ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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