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생산물 등 채취 유해물질 분석
저농약 인증 2011년까지 점차 없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고마운 분들에게 보낼 선물을 고르는 손길이 분주하다.
최근 참살이(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농산물에 유독 눈길이 간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01년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공식 지정한 인증기관이 부여하는 친환경농산물 인증마크는 3가지다.
얼핏 봐서는 비슷한 듯한데 실제 내용은 많이 다르다.》
○ 화학비료와 농약 하나도 안 쓴 것이 유기농
먼저 유기농. 화학비료와 농약(유기합성농약)을 일절 쓰지 않고 키운 농산물은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는다.
유기농산물은 병해충이나 잡초가 생기면 생물적 또는 물리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병해충의 천적을 풀어 놓는 방법이나, 한 농지에서 같은 작물을 연이어 재배하는 이어짓기(연작) 대신 다른 작물을 순차적으로 심는 돌려짓기(윤작) 같은 방법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고추 재배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탄저균이라는 곰팡이다. 탄저균이 생기면 생식세포인 포자가 땅에 떨어져 있다가 이듬해 고추를 심으면 거기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고추를 계속 심을수록 탄저병이 심해진다는 얘기다.
단국대 손상목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고추를 심었던 땅에 다음 해 콩을 심으면 탄저균이 먹을 게 없어져 굶어죽는다”며 “5, 6년 정도 지나면 탄저균 포자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시 고추를 심어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법은 화학약품을 쓸 때보다 손이 많이 가게 마련이다. 유기농산물이 초기엔 일반 농산물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특히 과일은 채소에 비해 유기농업이 쉽지 않다. 재배 기간이 평균 2∼4개월 정도로 짧은 채소에 비해 과일나무는 한 번 심으면 수십 년 키우기 때문에 피해가 생길 경우 회복이 어렵다.
○ 무농약과 저농약은 어떻게 다르나
비용이나 기술 등의 문제로 당장 유기농업에 손대지 못하는 농가를 위해 정부는 무농약과 저농약 인증을 도입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표준시비량의 3분의 1 이하로 쓴 농산물은 무농약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땅속 성분의 분포는 기상 변화나 외부 흙의 유입, 뿌린 비료의 양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재배 방법과 시기, 지역, 농작물 종류 등에 따라 적당한 화학비료의 양이 정해져 있다. 이것이 바로 표준시비량이다.
농촌진흥청 조우석 박사는 “예를 들어 제주도는 화산지대라 일반 땅보다 알칼리성에 더 가깝다”며 “이런 땅에선 비가 오면 영양분이 잘 빠져나가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비료 주는 횟수가 많다”고 말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표준량의 절반 이하로 사용한 농산물은 저농약 인증을 받는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담당하는 기관은 전국에 총 48개. 인증심사원이 농장에서 토양과 물, 생산물 샘플을 직접 채취해 농약이나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을 분석하고 재배 과정을 심사한 뒤 기준에 적합하면 인증서를 준다.
1호 인증기관인 사단법인 흙살림의 윤성희 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보다 20∼50% 비싸지만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농산물은 공식 마크와 함께 인증번호를 받는다. 친환경농산물 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enviagro.go.kr)에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구입한 농산물의 인증기관과 재배지역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친환경농산물 중 저농약 비율 69%
지난해까지 친환경농산물 경지 면적은 전체 농지의 6.8%, 생산량은 전체 농산물의 9.7%를 차지했다. 친환경농산물 가운데 유기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이에 비해 저농약농산물은 69%에 달한다.
최근 학계와 유통업계 사이에서 저농약농산물 인증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명칭에 농약을 쓴다는 표현이 있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유기농만을 인정하는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7월부터 저농약농산물의 신규 인증을 중단하고 2011년 6월까지 점진적으로 폐지해 유기농업 비중을 전체 농업의 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무농약이나 유기농 재배가 어려운 농가에 대한 지원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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