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명절 행복한 한가위. 가족·친지들 만나고 모처럼 연휴에 마음이 들뜬다. 하지만 한가위 명절이 일년 중 가장 바쁜 사람들도 있다.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추석에 고향에 가지 못했다. 연휴가 길면 길수록 해야 할 일도 많고 몸도 바쁘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보람찬 미소가 가득했다.》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연휴. 설날 연휴와 함께 이 때가 1년 중 가장 바쁘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추석과 설날, 명절 연휴에 쉬워본 건 10년도 더 된 것 같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름 김경아, 직업 교통전문 리포터. 퇴근 시간 매시 57분이 되면 MBC 라디오를 통해 “57분 교통정보입니다”고 인사는 친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김경아 리포터의 일터는 서울지방경찰청. 서울 곳곳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800개의 모니터 앞이다. 5층 종합상황실 모니터가 한 눈에 들어오는 6층 각 방송사의 부스. 온갖 방송장비가 열을 뿜어내고 있지만 에너지 절약으로 에어컨을 틀지 않아 실내가 후끈하다. 김경아 리포터는 밝게 웃으며 또 한번 57분 교통정보를 안내한다. 망원경까지 동원해 5층 모니터를 살피고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로 광화문 사거리, 여의도, 올림픽대로를 순식간에 점검한다.
“평상시에는 하루에 방송을 10여 차례 해요. 하지만 추석 연휴 때는 하루 30번 가까이 교통정보 방송을 해야 합니다. 수시로 교통 센터를 연결하고 고속도로 국도 상황을 물어보죠.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요”
김경아 리포터는 올해 교통 정보를 소개한지 8년째이다. MBC 공채로 리포터를 시작 교통 분야에서 발군의 순발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는 언제나 그렇듯 긴장의 연속이다.
“방송을 막 시작했는데 사고가 발생하면 어디로 우회해야 한다는 것까지 안내해야 하죠. 하루에 수십 차례 전국 각 주요 교통상황을 짧게 요약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식사도 5분을 넘기지 못해요”
“추석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낸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며 웃는 그녀는 그래도 힘든 만큼 보람이 크단다. “알려준 데로 찾아갔더니 막히지 않고 빨리 고향에 갔다며 과일을 한 아름 보내주신 분도 있어요. 기분 좋게 돌아왔다며 막걸리를 주고 가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신속하게 교통정보를 알려드려 청취자들이 좀더 안전하고 편하게 고향에 갈 수 있으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붙여준 김경아 리포터의 별명은 ‘인간 네비게이션’. 8년 교통리포터에 웬만한 길은 골목까지 구석구석 한다. 하지만 계속 새롭게 변한 도로망을 공부하고 철저한 준비 끝에 마이크 앞에 앉는다.
“올 해는 연휴가 짧아요. 그래서 더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 찾아드려야죠” 김경아 리포터는 또 한번 밝게 웃으며 다음 57분 방송을 위해 서둘러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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