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빠는(엄마는) 나를 사랑해

  • 입력 2008년 9월 13일 01시 54분


그림 제공 주니어랜덤
그림 제공 주니어랜덤
◇아빠는(엄마는) 나를 사랑해/로라 누메로프 지음·린 먼싱어 그림/32쪽·9000원·주니어랜덤(4∼7세)

한가위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땐 풍성한 음식에도, 보름달 같은 부모님의 미소에도 사랑이 깃든다. 이 그림책은 늘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기에, 간혹 잊기도 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 볼 수 있게 한다. 동물 부자(혹은 모자)의 일상생활을 담은 아기자기한 삽화를 통해 늘 곁에 있는 아빠 엄마의 따스한 사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마 아빠는 뚱뚱한 엉덩이 살 때문에 달리기가 무척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머리에 쓴 모자가 휘날릴 만큼 뛴다. 불안 불안하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가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걱정되니까.

돼지네 가족도 마찬가지다. 장보기 위해 함께 나갔다 돌아오는 길, 아기 돼지가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리자 엄마는 곱게 차려입은 옷에도 아랑곳없이 어부바를 해준다. 아기 돼지는 엄마 등에서 천진하게 방울토마토를 먹는다. 엄마 품보다 편안한 곳은 없으니까.

‘우리 엄마는요, 나랑 같이 예쁜 꽃밭을 가꾸고요’ ‘우리 멍멍이 목욕도 함께 시키고요’처럼 상황을 설명해주는 짧은 문장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거나, 케이크를 굽거나, 저녁노을을 구경하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동물들 종이 제각각이라는 점. 예쁘고 귀여운 동물들만 있는 게 아니다. 덩치가 산만 한 곰 가족도 있고, 커다란 귀가 펄럭이는 코끼리 가족도 있고, 송곳니가 삐죽삐죽 입 밖으로 튀어나온 악어 가족도 있다. 각 동물의 특징을 잘 살린 그림들은 마치 저마다 다른 모습과 문화를 가진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온몸에 가시가 삐죽삐죽 돋아 있는 고슴도치 엄마가 자신과 꼭 닮은 고슴도치 아이에게 포근한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주고 잘 자라고 꼬옥 안으며 뽀뽀해 주는 그림을 볼 때는 절로 웃음이 인다.

‘악어 인형’을 안고 잠을 청하는 아기 악어에게 긴 입으로 다정하게 뽀뽀를 해주며 눈을 감고 지그시 웃는 아빠 악어의 얼굴은 사랑으로 가득할 뿐 무시무시한 야생동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은 인종도, 나라도, 모습도, 성격도 다 다르지만 부모님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이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슬퍼서 잉잉 울 땐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핼러윈데이에는 분장한 얼굴로 함께 사탕을 얻으러 다녀주고, 곰 인형 단추가 달랑거리면 얼른 달아주는 아빠, 엄마. 이 책은 아빠 엄마의 좋은 점을 하나씩 자랑한 후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제일 좋은 건요, 우리 아빠(엄마)가 나를 무지무지 사랑한다는 거죠!”

책의 앞표지부터 중간까지는 ‘아빠는 나를 사랑해’로 시작하는 그림이 실려 있고 책의 뒤표지부터 중간까지는 ‘엄마는 나를 사랑해’로 시작되는 그림이 있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아빠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줄 추석 선물이 고민된다면 책 한 권을 함께 읽으며 사랑을 듬뿍 담아주는 것은 어떨까.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가족 간에 넘치는 사랑의 마음을 귀여운 동물가족들의 잔잔한 하루를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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