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게 뭐지?/나뭇잎.//나뭇잎에 매달려 있는 게 뭐지?/물방울.//엄마한테 매달려 있는 게 뭐지?/나!’(신새별 ‘매달려 있는 것’)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과 때 묻지 않은 천진난만함. 어린이들의 마음과 세계는 어른들의 마음도 말갛게 만든다.
1908년 최남선이 어린이 잡지 ‘소년’에 ‘해에게서 소년으로’를 발표한 이래 한국 동시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시 100편을 추려 시인인 저자의 짤막한 도움말과 함께 엮었다. 강소천, 이오덕, 신현득 등의 동시를 비롯해 윤동주, 박목월, 조지훈 등 한국 대표 시인들이 쓴 시 가운데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도 포함했다.
어떤 작품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장난기와 웃음소리가 선히 그려진다.
제해만 시인의 ‘아기는’은 어른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숨이 넘어가는 아기의 모습을 그려냈다.(‘도리도리/고개 흔들고//짝짜꿍/손뼉치고/깔깔 웃는다.//그게 뭐 그리/재미있을까/아기는.’)
동심으로 들여다본 세상에는 또 다른 깨달음이 있고 자연은 한층 새롭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별이 나를 보고 이리로 오는 것이라 상상하기도 하고(황 베드로 ‘꼬리별’), 돌을 던져도 벙글벙글하고 침을 뱉어도 잠잠하기만 한 바다와 하늘은 한 없이 깊고 넓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윤동주 ‘둘 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부모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동심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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