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06>逍遙以針勞, 談笑以藥倦

  • 입력 2008년 9월 16일 03시 00분


逍(소)는 한가하게 거닐다의 뜻이다. 遙(요)는 떠돌다의 뜻이다. 遙遠(요원)처럼 거리가 멀거나 시간이 길다는 뜻도 있다. 逍遙(소요)는 이미 하나의 단어로 굳어졌으며, 한가로이 거닐거나 지냄 또는 구속 없이 自適(자적)함을 뜻한다. 배회나 방황을 뜻하기도 한다. ‘莊子(장자)’의 첫 번째 편명이기도 한 逍遙遊(소요유)는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완전한 자유로서 장자가 추구하는 이상이다.

針(침)은 바늘이다. 바느질하다 또는 침을 놓다의 뜻도 된다. 여기서는 침으로 치료하다의 뜻이다. 鍼(침)과 같다. 勞(로)는 화염 밑의 집에서 힘쓰는 모습을 나타냈다. 수고하다 또는 疲勞(피로)하다가 본뜻이다. 근심이나 괴로움, 功勞(공로), 慰勞(위로)하다의 뜻도 있다. 勞心焦思(노심초사)는 애쓰며 속을 태움을 뜻한다. 勞而不怨(노이불원)은 효자의 태도로서 부모를 위해 어떠한 고생을 해도 원망하지 않음을 뜻한다.

笑(소)는 竹(죽)과 굽히다의 뜻인 夭(요)가 합해진 회의자로 웃음을 뜻한다. 혹자는 대나무가 바람을 맞아 휜 모습이 사람이 몸을 구부리고 웃는 모습과 같다고 풀이하고, 혹자는 그 대나무의 소리가 사람의 웃음소리와 비슷하다고 풀이한다. 談笑(담소)는 웃으면서 나누는 말이다.

藥(약)은 동사로는 치료하다의 뜻이 된다. 倦(권)은 지치거나 피로하다 또는 게으르거나 나태하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針勞(침로)와 藥倦(약권)은 같은 뜻으로 모두 고달프고 지친 것을 달래고 치유함을 의미한다.

지치고 고달프면 生氣(생기)가 훼손된다. 그래서 한가하게 유유자적할 줄도 알고 마음 가벼이 담소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기계도 휴식이 필요한데 생명체인 우리들 삶이야 어떠하랴. 南朝(남조) 梁(양) 劉0(유협)의 ‘文心雕龍(문심조룡)’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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