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보관땐 재킷-티셔츠-스커트 順으로
요즘 회사원 김민정(34·서울 구로구 고척동) 씨는 얼마 전 옷장 속에 집어넣었던 여름옷을 다시 꺼내 입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하지만 낮에는 30도에 가까운 늦더위가 계속되면서 여름옷에 자꾸 손이 간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여름옷을 보관하고 가을 옷을 꺼내야 할 때지만 아직 날씨가 덥다 보니 여름옷을 입는 사람이 많다. 여름옷을 입는 기간이 길었던 만큼 세탁과 보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생활용품업체 CJ라이온 최원우 세탁세제담당 부장은 “사계절 옷 중에서 여름옷이 세탁과 보관이 가장 힘들다”면서 “여름옷은 밝은 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더러워지는 반면 섬세하고 얇은 소재라서 손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 옷에 밴 땀과 피지 제거 필수
여름철 옷에 배기 쉬운 오염물 중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땀과 피지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지만 그대로 두면 누런 얼룩으로 남아 아무리 세탁을 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땀이 배기 쉬운 목, 손목, 겨드랑이 부분은 세탁에 신경 써야 한다. 이런 부분은 부분세척제를 먼저 발라놓거나 브러시를 이용해 살살 문질러준다.
또 풀을 먹여 다림질을 하는 옷은 한나절 물에 담가 풀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 옷에 풀기가 남아 있는 채로 보관하면 변색과 곰팡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면=흡수성이 좋은 면은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소재다. 세탁기로 물세탁을 자주 해도 잘 변하지 않아 실용적이다. 면은 세탁할 때 변형되기 쉬우므로 세탁기보다는 손빨래를 하는 것이 좋다. 흰색 옷은 땀과 마찰로 인해 색이 바래거나 얼룩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표백력이 강한 세제로 물세탁하는 것이 좋다.
▽마·모시=통풍 능력이 뛰어나 여름 의상에 많이 사용되는 마와 모시는 물세탁을 하면 크기가 줄어들거나 보풀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 세탁 후에는 풀을 먹이지 않은 채로 보관해야 곰팡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여름 니트=보풀이 일지 않도록 세탁망에 넣어 오염되기 쉬운 소매와 목 부분을 바깥쪽으로 한 뒤 세탁한다. 니트는 늘어나거나 모양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눕혀서 말린다.
▽시폰=단백질 섬유이기 때문에 해충 피해를 입기 쉽고 햇빛에 약하다. 또 소재가 매우 얇고 약하기 때문에 세탁기 사용은 피해야 한다.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집에서 손질하려면 중성세제를 사용하고 마지막 헹굼은 차가운 물로 한다.
▽레이스=차가운 물로 손빨래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올이 풀릴 수 있으므로 될수록 세탁기 사용은 피하고, 꼭 세탁기를 이용해야 할 때는 세탁망을 사용한다.
▽스팽글·비즈=반짝거리는 장식이 붙은 옷은 표백 성분이 들어 있는 세제로 세탁할 경우 장식이 바랠 염려가 있으므로 울샴푸와 같은 중성세제로 빤다. 중성세제를 푼 물에 담갔다가 손으로 주물러 빤다.
세탁 후에는 섬유 속에 세제가 남지 않도록 깨끗이 헹구는 것이 중요하다. 세제가 남아 있으면 옷이 누레진다. 섬유유연제를 사용했다면 평소보다 한 번 정도 더 헹군다. 옷은 완전히 말려야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
○ 무거운 옷은 아래쪽에 보관
세탁이 마무리됐다면 잘 정리해서 보관해야 한다.
보관 전에는 먼저 가을, 겨울까지 입을 수 있는 옷과 내년 여름까지 입지 않을 옷으로 분류한다. 반소매 티셔츠나 셔츠는 계속해서 겉옷 속에 입을 수 있으므로 옷장에 그대로 두고 내년 여름까지 입기 힘든 옷은 깊이 보관한다.
오랫동안 옷을 보관할 때는 종이상자가 가장 좋다. 옷장 속에 넣어두면 옷장 문을 열 때마다 햇빛에 노출되어 색이 바랠 수 있다.
상자 속에 옷을 넣을 때 상자 바닥과 위쪽에 신문지를 깔아두면 방충제 역할과 동시에 습기를 흡수해서 옷을 보송보송하게 보관할 수 있다.
박스에 옷을 정리할 때는 무거운 옷을 먼저 넣는다. 재킷이나 원피스처럼 부피가 크고 무거운 옷을 아래쪽에 넣고 티셔츠, 스커트처럼 가벼운 옷은 위쪽으로 담는다.
목에 깃이 있는 셔츠는 깃이 옷 무게에 눌리지 않도록 박스에 넣을 때는 조금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깃 안쪽에 빳빳한 종이를 대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깃이 겹치지 않도록 교차해서 넣는다. 흰옷과 색깔 옷 사이에는 습자지 등을 넣어두면 얼룩이 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수영복, 중성세제 푼 미지근한 물에 빨아야▼
여름철 수영복을 그냥 대충 말려 보관하면 수영장 물의 화학약품이나 소금물이 빠지지 않아 누렇게 변한다. 휴가가 끝난 뒤 수영복을 한 번 빨아 두었다고 해도 여름옷을 정리할 때 다시 한 번 깨끗이 세탁해서 보관해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수영복은 중성세제를 풀어놓은 미지근한 물에 담가 손으로 비벼 빤다. 세탁 후 비틀어 짜면 망가질 수 있으므로 수건으로 돌돌 말아 물기를 빼야 한다. 햇볕에 말릴 경우 색과 모양이 변하거나 소재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꼭 그늘에서 말린다.
수경과 선글라스도 수영복과 마찬가지로 중성세제를 사용해 미지근한 물로 세척하고 렌즈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물기를 완전히 없앤다. 세척 후 부드러운 천으로 물기를 꼼꼼히 닦아 내고 면봉으로 나사, 이음매 부분을 모두 닦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