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승부수는 역시 캐릭터다. 거액을 들인 해외 로케나 호화 배우들을 등장시킨 눈요기보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원동력은 역시 살아있는 캐릭터였다.
MBC 수목극 ‘베토벤 바이러스’가 다양한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단 2회 만에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생생한 캐릭터들 덕분이다. 연기자들 중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김명민(강마에 역), 이순재(김갑용 역), 박철민(배용기 역). 주연과 조연의 구분 없이 각자 맡은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연기자들은 담백하지만 진솔한 드라마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 ‘강마에 어록’ 탄생 예고한 김명민
‘베토벤 바이러스’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단연 김명민이 보여주는 발군의 연기력이다. 김명민은 외모부터 말투까지 모두 바꿔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냈다.
관심을 붙잡는 대목은 김명민이 구사하는 말투. 까칠한 어휘부터 흉내내기 어려운 억양으로 벌써부터 ‘강마에 어록’이 탄생할 조짐까지 보인다. 클래식에 대해 묻는 학생에게 “클래식은 동그라미는 아니라고 생각해”라거나 대통령까지 참석한 연주회를 중단시키고 “귀의 때를 빡빡 밀어라”는 등 까칠한 대사로 시청자를 자극한다.
○ 70대 연애 도전한 이순재
오보에 연주자 이순재는 오합지졸 오케스트라를 든든히 이끄는 주인공. 드라마에서 간간히 보이는 치매 증상이 오히려 귀엽다. 무엇보다 이순재의 힘은 70대도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점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10대 파트너 쥬니(하이든 역)와 호흡을 맞춘다.
남녀의 사랑을 넘어 우정과 연민을 나누는 둘의 관계는 드라마의 긴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 ‘명품 조연’ 증명한 박철민
‘명품 조연’으로 불리는 박철민의 존재감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든다. 카바레 출신임을 숨기고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트럼펫 연주자로 등장하는 박철민은 말을 더듬는 엉뚱한 발음으로 캐릭터를 살리는 한편 드라마에서도 감초 역할을 도맡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캐릭터들이 같은 시간 방송하는 KBS 2TV ‘바람의 나라’와 SBS ‘바람의 화원’ 등 쟁쟁한 배우들이 방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가운데 경쟁작을 제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해리 기자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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