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수행자는 더욱 탁마해야 합니다. 제 몸을 돌아보고 본분에 철저했는지 살펴야 합니다.”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이 누그러지지 않은 가운데 불교계 일각에서 ‘이럴 때일수록 수행에 정진하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간화선의 근본도량 지리산 벽송사 벽송선원이 그 중심에 있다.
경남 함양군 벽송사의 벽송선원을 이끌고 있는 월암(53·사진) 스님은 종교 편향 문제와 관련해 “본분의 살림살이(수행)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자신도 어지럽고 세상에서도 수행자를 폄훼하는 것”이라며 “수행에 충실하지 못했다면 성찰하고, 그 성찰을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돈오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지난해부터 벽송선원장을 맡은 그는 “내가 중요하면 다른 사람도 중요하다는 상생의 정신과 내 모습이 깨끗하게 밖으로 잘 투영될 수 있도록 수행해야 한다”며 “간화선 수행에 더욱더 철두철미하게 임하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라는 생각에 선회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올해 2회를 맞아 27일까지 열리는 벽송사 선회에는 전국에서 100여 명의 수행자가 참여했다. 신청자가 정원을 넘겨 다 받아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간화선에 대해 “수행자를 안심입명의 완전한 행복,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수행”이라고 말했다. 부처님과 같은 정견을 확립하기 위해 간화선을 수행하는 것인데, 수행을 하는 그 자체로 이미 깨달음의 세계에 한발을 들여놓은 것이기 때문에 행복으로 이끄는 수행이라는 해설을 붙였다.
월암 스님은 19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간화선 수행과 화두’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에서 간화선 수행에 있어서 화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