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어휴∼독해…‘방귀방귀 나가신다’

  • 입력 2008년 9월 20일 02시 59분


◇방귀방귀 나가신다/신순재 글·홍기한 그림/32쪽·9000원·웅진주니어(4∼7세)

때로는 뱀처럼, 슬금슬금 빠져나간다. 어떤 때는 개구리처럼 뿡 뛰쳐나가고. 가끔은 병아리 떼처럼 뿅뿅뿅 줄지어 나가는 이것. 가끔은 부아아앙∼ 하며 기차처럼 길지만 쏜살같이 빠져나가기도 한다. 아이들은 깔깔대며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남들 앞에선 얼굴이 빨개지는 이것, 바로 방귀다. 뿌웅뿡 방귀를 내뿜는 캐릭터인 ‘방귀대장 뿡뿡이’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모은 것처럼 아이들은 내 몸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신체 현상인 방귀 이야기를 즐거워한다.

방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이 창작 그림책은 배 속에서 부글부글 만들어지는 방귀의 원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음식과 함께 입으로 들어간 공기가 위와 소장, 대장을 거쳐 뿡! 하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인체 그림을 통해 설명한다.

엄마 젖이 소화가 잘됐음을 알려주는 아기들의 시원한 방귀, 장이 쿨렁쿨렁 잘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술 후의 방귀 등 건강의 지표가 되는 방귀의 기능도 소개했다.

왜 어떤 방귀는 뿡 하는 큰 소리가 나고, 어떤 방귀는 피식 하다 마는지, 물고기도 방귀를 뀌는지, 손톱만큼 작은 벌레도 방귀는 뀌는지 등 방귀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도 풀어준다.

흔히 ‘방귀 소리가 크면 오히려 냄새는 별로 안 난다’고들 하는데 과연 맞는 말일까? 보리나 고구마, 옥수수, 양배추, 통밀 같은 음식은 소화가 더뎌서 그만큼 가스가 많이 만들어진다. 가스가 많으니 방귀가 잦고 소리도 크지만 냄새는 심하지 않다. 반면 쇠고기나 돼지고기, 달걀, 생선처럼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소화시킬 때는 구린 냄새를 풍기는 가스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초식동물의 방귀는 소리가 크지만 냄새는 별로 안 나고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의 방귀는 냄새가 많이 난다.

그럼 뽕나무는? 뽕나무는 방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나무가 방귀를 뀌어서 뽕나무인 걸까? 뽕나무는 오디나무라고도 하는데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먹으면 방귀가 뽕뽕 잘 나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뱀처럼 슬그머니 나오는 방귀, 병아리처럼 줄지어 나오는 방귀, 기차 기적 같은 방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방귀를 동물이나 사물에 빗댄 표현과 여기에 잘 어울리는 단순한 그림이 돋보인다. ‘알게 모르게 얌체방귀/새나 안 새나 도둑방귀/터지나 마나 대포 방귀…’ ‘보리밥 먹고 보리 방귀 뿌웅!/고구마 먹고 고구마 방귀 부앙!…’ 등 리듬감 있는 문장도 경쾌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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