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中문단 선봉장, 쑤퉁-모옌 신작소설 나란히

  • 입력 2008년 9월 20일 02시 59분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쑤퉁 지음·김지연 옮김/352쪽·1만1000원·문학동네

◇달빛을 베다/모옌 지음·임홍빈 옮김/464쪽·1만2000원·문학동네

쑤퉁(45)과 모옌(53).

이제 국내에서도 친숙한 두 중국작가는 ‘중국 문단의 선봉장’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들이다. 이미 전작 ‘눈물’ ‘홍분’ ‘마씨 집안 교육기’(쑤퉁), ‘홍까오량 가족’ ‘사십일포’ ‘술의 나라’(모옌) 등 여러 책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이들의 신작 소설이 16일 나란히 출간됐다.

같은 중국작가지만 스타일은 무척 다르다. 쑤퉁이 독특한 설정 속에서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입담을 가졌다면, 모옌은 중국 전통의 향취를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을 능란하게 버무려낸다. 하지만 이 두 작품―장편소설과 소설집임에도―은 모두 하층민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을 통해 사회적 부조리를 보여주고자 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장편소설 ‘뱀이 어떻게…’는 양쯔 강 중하류 지역 어느 도시가 배경이다. 장맛비가 뿌리는 유월, 어여쁘지만 요란한 차림의 금발 소녀가 한 여관에 도착한다. 신분증과 다른 외모로 리셉션에서 옥신각신. 겨우 투숙한 소녀는 공중목욕탕에 뱀이 있다며 알몸으로 뛰쳐나오고…. 기차화물에서 쏟아진 뱀 떼가 도시를 뒤덮기 시작한다.

시끌벅적한 이 소설은 영화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그의 영화 ‘언더그라운드’처럼, 잔치라도 벌어진 듯 쿵쾅쿵쾅 넘어가는 어투인데 일은 갈수록 꼬여만 간다. 무리한 성형수술로 얼굴을 망친 소녀, 복권에 모든 걸 걸었다 미쳐 버린 여인, 허세로 인생을 낭비하다 살인자가 되어 버린 남자…. 돈과 권력에 떠밀려 하층민으로 살아가면서 여전히 돈과 권력을 놓지 못하는 아이러니. 인간적인 신뢰마저 사라진 도시엔 단절과 몰락만이 찌든 때처럼 엉겨 붙는다.

이에 비하면 12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달빛을 베다’는 이런 사회적 그림자가 섬뜩함으로 얼굴을 바꾼다.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목이 잘린 채 죽어 있는 공무원의 시신이 발견된 마을(‘달빛을 베다’), 문둥병에 걸린 부모들에게 쏟아지는 마을 사람들의 경멸을 지켜보는 아이(‘문둥병 걸린 여인의 애인’), 망나니에서 하루아침에 당 간부가 되자 방자하게 구는 사내(‘설날 족자 걸기’)….

날것으로 세상에 내던져진 민초들의 삶이란 ‘공포’의 또 다른 형태였다. 그리고 그것은 분출할 방향을 잃어버린 분노와 좌절이 된다.

“그는 여전히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목구멍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는 입을 딱 벌리고 자기 주먹을 있는 힘껏 입속에 쑤셔 넣었다. 그의 가슴속은 분노의 불덩어리로 가득 차, 주먹이라도 입속에 쑤셔 넣어야만 거의 미쳐 날뛸 지경에 다다른 격렬한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메기 아가리’ 중에서)

두 소설은 모두 ‘육덕지다’. 무거움과 가벼움이란 살코기와 비계가 잘 뒤섞였다. 이처럼 한마당 흥겨운 잔치에서 권해진 걸쭉한 막걸리를 뉘라서 들이켜지 않을까.

다만 두 잔 세 잔 마셨다 머리가 지끈거릴 각오는 해야 할 듯. 그게 작가들이 권하는 인생이란 술잔이니.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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