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적극 참여 회원들, 학연-지연등으로 동원”
시민단체 회원들 간의 신뢰도가 통념만큼 높지 않으며 그로 인해 활동에 적극적인 회원들은 학연과 지연 등 연고에 의해 동원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팀은 최근 출간된 ‘한국의 사회자본’(백산출판사)에 실린 ‘연고집단과 자발적 결사체의 신뢰 비교 연구: 동창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류 교수팀은 2004년 12월∼2005년 2월 중앙고 1974년 졸업생으로 이뤄진 동창회와 국내의 대표적인 환경 관련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환경련) 회원 100명을 설문·면접 조사해 사회자본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신뢰와 연결망(network), 호혜성을 분석했다. 사회자본은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유무형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비화폐적 요소들을 일컫는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시민단체인 환경련은 ‘회원 서로에 대한 신뢰 수치’가 ―0.27(0을 기준)로 연고집단인 동창회의 0.24보다 크게 낮았다. 도움을 줬을 때 보답하는 정도를 묻는 호혜성에서도 환경련(―0.28)은 동창회(0.06)보다 낮았다. 다만 서로 얼마나 연락을 주고받는지를 측정하는 연결망에 있어서는 환경련(0.26)이 동창회(―0.27)보다 연대 강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또 심층면접을 통해 시민단체라는 ‘제도적 신뢰’에 근거해 자발적으로 가입한 회원들은 대부분 참여도가 낮으며 적극 활동하는 회원들은 기존 회원의 학연과 지연 등 연고에 의해 동원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환경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소모임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지인과 대학 동문을 끌어들이는 연고적 동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조직 내 중요한 업무수행 시에는 상당한 정도의 신뢰가 구축된 회원을 중심으로 일을 배당한다”는 것.
연구팀은 “시민단체(회원)는 어떤 의미에서 제도적 신뢰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이들의 적극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타인에 대한 일반적 신뢰가 아니라 면대면 접촉을 통한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배경적 기대와 (그동안 쌓은) 과정 기반 신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