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주’의 소설가 김주영(69·사진) 씨가 처음으로 동화 ‘똥친 막대기’(비채)를 냈다. 이번 동화는 모두 10권으로 완성될 연작 중 첫 작품이다.
‘활빈도’ ‘화척’ 등 대하소설을 써 온 김 씨는 “우리 사회는 거대하고 현란한 것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으며 문학에서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웅의 이야기나 나라의 운명을 진단하는 거대 담론 등 이른바 ‘거인들의 세계’가 강조돼 온 게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고 사소한 것들의 가치를 잊게 됐지만 그런 존재들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지 200장 분량의 미하엘 엔데의 ‘모모’처럼 오래전부터 아이 어른을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론 짧은 이야기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잊고 있던 것들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동화 연작의 첫걸음을 뗀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나뭇가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똥친 막대기’는 백양나무 곁가지가 농부의 손에 꺾이면서 겪게 되는 모험담이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잔잔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다. 회초리가 됐다가 측간에 버려져 오물을 부수는 일까지 하게 됐던 막대기는 결국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새 생명으로 거듭나게 된다.
김 씨는 “똥이라는 것은 시각적 후각적으로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취급되지만 진가를 살펴보면 모든 생명의 밑거름이 된다. 김지하 시인이 말했듯 똥은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다”며 “이 동화를 통해 어린이들은 있으나마나 한 것들, 지저분해서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존재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과정을 내면화하고 어른들은 잊고 지내던 것들의 의미를 한 번쯤 돌이켜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동화책’이라고 한 그는 “우리 문단은 대하소설 작가, 동화작가 식으로 경계를 구분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내 소설이 동화적 내용을 담으면 그게 곧 동화가 되는 것”이라며 “분량이 적기 때문에 무게를 가지지 못한다거나 대수롭지 않다는 생각 역시 위태로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2월경 발표할 두 번째 동화 ‘똥두간 생쥐의 기막힌 생애’를 집필 중이다. “한 해 두 권씩 꾸준히 동화를 출간할 계획”이라는 그는 “우리 주변의 가장 낮고 하찮은 존재의 상징으로 연작 동화 제목에는 모두 ‘똥’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의 전면에 나타난 현상보다 역사 이면에 숨어 있는 것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묻혀 있거나 소외된 것들의 진가를 동화를 통해 조명해 나가려 합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